한 사업가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만난 뒤 자신이 촬영한 영상(위)을 뉴스타파에 제보했다. ⓒ뉴스타파 제공

2013년 8월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우진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경찰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뇌물 받은 혐의’,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와 ㄷ세무법인 안 아무개 대표를 ‘뇌물 준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서(송치 의견서)를 검찰에 보냈다. 당시 경찰이 집계한 윤우진씨의 뇌물 수수액은 약 1억3900만원이었다(제735호 ‘윤우진 사건, 경찰은 파헤쳤고 검찰은 덮었다’ 기사 참조).

〈시사IN〉이 입수한 ‘경찰의 송치 의견서’ 및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두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어떤 입장에서 다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경찰은 윤우진씨와 육류 수입업자 김씨 등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주요 관련자들을 회유하려 했던 정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제기한 정황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윤우진씨, 김씨, 안 대표 등의 해명을 받아들여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2012년 경찰 수사력이 인천 영종도 소재 ㅅ골프장에 집중되자, 윤우진씨는 ㅅ골프장 총지배인 오 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찰에서 골프장에 대한 수사를 하는데 자네에게도 참고인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오면, 경찰 조사를 받지 말아달라.”

윤우진씨의 골프비를 대납하거나 선납한 육류 수입업자 김씨는 윤씨와 입을 맞춘 듯 “계모임 계원들과 라운딩을 하기 위하여 선납금으로 결제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계모임 총무를 상대로 조사해보니 거짓말이었다. 이 총무는 “ㅅ골프장에서 김씨가 선납한 예치금으로 계원들이 골프를 친 적이 없다”라고 진술했다.

2012년 3월16일 경찰은 육류 수입업자 김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렇게 경찰 수사망이 좁혀온 뒤에 윤우진씨는 골프 비용과 김씨로부터 받은 현금을 돌려주었다. 먼저 골프 접대 비용 가운데 1550만원을 김씨에게 줬다. 경찰은 이에 대해 “수뢰금(현금 뇌물)을 반환하는 방법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윤씨의 골프 대금을 김씨가 낸 행위는 단지 김씨가 선납한 것일 뿐이며, 선납한 금액도 모두 윤씨가 썼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며 두 사람을 무혐의로 판단했다.

윤우진씨는 내연녀 이 아무개씨의 계좌를 통해 받은, 육류 수입업자 김씨의 돈과 ㄷ세무법인 안 대표의 돈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돌려주었다. 윤씨는 안 대표로부터 5000만원, 육류 수입업자 김씨로부터 1000만원을 각각 내연녀 통장으로 송금받았다. 윤우진씨는 안 대표로부터 받은 5000만원에 대해 내연녀 이씨의 아파트 구입 잔금이 부족해 빌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육류 수입업자 김씨로부터 받은 1000만원은 ‘이사 비용에 보태라’는 명목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육류 수입업자 김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열흘 뒤인 2012년 3월26일, 윤우진씨는 안 대표에게 5000만원을 되돌려줬다. 김씨로부터 받은 1000만원은 7월2일 되돌려줬다. 경찰은 차용증도 없고 이자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수사 뒤에 급히 되돌려준 점으로 보아 ‘빌린 돈’이라는 진술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검찰도 용의자들 사이의 계좌 송금 내역은 사실로 인정했으나 송금 사실만으론 뇌물수수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용의자들의 관련자 회유와 증거인멸 시도는 ‘갈비 세트 수수’ 혐의에서도 드러났다. 윤우진씨는 설날을 앞둔 2011년 2월 당시 자신이 서장으로 재직 중이던 영등포세무서 직원 4~5명을 육류 수입업자 김씨가 운영하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업체에 보냈다. 윤씨는 이 세무서 직원들을 통해 미국산 LA갈비 100세트(1세트당 10만원, 총 1000만원어치)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윤우진씨는 육류 수입업자 김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네 식당’에서 자신의 부하 직원인 이○○을 만났다. 윤우진씨는 그에게 “(부하 직원) 박○○ 과장이 협조를 해주지 않아 사건이 꼬여가고 있다. 자네가 (육류 수입업자) 김씨에게 갈비 세트 값을 건넨 것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부하 직원 이○○은 “갈비 세트를 건넨 시기가 구정 전이고, 제가 영등포세무서로 전입한 것은 그 이후라서 제가 돈을 건네주었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겠느냐”라고 거부했다. 그러자 육류 수입업자 김씨는 “형님(윤우진)이 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자”라며 서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거짓말 탐지기 반응이 모두 ‘거짓’임에도…

‘윤우진 사건’을 제보한 남 아무개씨(육류 수입업자 김씨의 직원)는 당시 마장동 가게로 갈비 세트를 가지러 온 세무서 직원들의 차량 모델(싼타페, 레조)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기억은 수사에서 모두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윤씨의 또 다른 부하 직원으로 갈비를 받으러 갔던 영등포세무서 직원 김○○은 “마장동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라며 갈비 세트 배달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반응을 실시했다. 경찰은 ‘당신은 작년 1월 중 승용차로 갈비 세트를 옮겼습니까?’ ‘당신은 LA갈비를 윗사람 지시로 가져왔습니까?’ ‘당신은 그날 가져온 갈비 세트를 어디에 옮겼는지 알고 있습니까?’ 등을 물었다. 부하 직원 김○○은 모든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는데 모두 거짓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제보자 남 아무개씨가 ‘갈비 세트가 무상으로 건네졌을 것’이란 추측성 진술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윤우진씨와 육류 수입업자 김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제보자 남씨는 윤우진씨가 성동세무서장 시절 육류 수입업자 김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00만원,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의 증인이기도 하다. 제보자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현금을 받아 옛 성동세무서 옆길에서 윤우진 서장의 부하 직원인 박○○에게 전달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때 남씨와 박씨는 대질신문을 받았다. 남씨는 박씨를 바로 알아봤다. 그는 박씨와 전화 통화도 자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송치 의견서에 따르면 윤우진씨와 육류 수입업자 김씨는 제보자 남씨를 압박하기도 했다. 제보자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제보 후 (윤우진의 부하 직원) 박○○은 나(남씨)를 상대로 무고로 고소하겠다며 난리를 쳤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육류 수입업자 김씨는 자신과 제보자 남씨 사이의 대화를 녹음해서 검찰에 제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남씨는 김씨에게 “박○○을 알지도 못하고 박○○에게 돈 봉투를 준 사실이 없었음에도 경찰에서 허위로 진술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녹취록에 대해 ‘육류 수입업자 김씨가 남씨를 압박해 녹음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검찰은 이 녹취록에 무게를 두면서 남씨의 진술을 배척했다.

경찰 수사 대상이 되었던 국세청 직원들은 전화 통화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에도 통화 사실을 부인했다. 예컨대 육류 수입업자 김씨의 세무조사 관련 담당자였던 중부지방국세청 김 아무개 과장은 조사 기간에 윤우진씨와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김 과장은 경찰 조사에서 “윤우진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평소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그의 휴대전화에는 윤우진씨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윤우진씨와 관련한 기사가 나오자, 김 과장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윤씨의 전화번호를 지웠다.

경찰 송치 의견서에 적힌 윤우진씨의 ‘증거인멸 시도’의 마지막 항목은 ‘해외 도주’로 끝난다. 경찰은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약속한 지 8일째인 8월30일, 관할 세무서장이라는 국가공무원 지휘관(윤우진씨)이 아무런 통보 없이 몰래 출국하였고” “상부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장기간 무단결근하면 직장에서 파면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해외로 출국하여 체류”하였다며, 윤씨의 증거인멸 시도가 상식적인 선을 넘었음을 지적했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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