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코로나 시대, 썩 달갑지 않은 알림. 바로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오는 문자다. 확진자가 생겨 조기 귀가 알림 문자가 오면, 일하는 부모들은 반차를 내거나 조부모 등에게 SOS를 친다. 그 어느 때보다 돌봄노동 가치를 피부로 느낀다. 정작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신의철 변호사(39)가 〈좋은 돌봄〉 집필에 참여한 이유다. 요양보호사 등 소송을 맡아온 신 변호사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주목했다. 신 변호사가 보기에 ‘좋은 돌봄’의 구체적 사례가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국공립어린이집이다. 이용자 만족도뿐 아니라 어린이집 노동자의 일자리 만족도도 높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느 지역이나 경쟁률이 높아 입소가 어렵다. 다섯 살 아이를 둔 신 변호사도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돌봄 수요가 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정부 재원도 투여되고 있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돌봄의 질은 떨어진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켄 로치 감독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 아내가 돌봄 노동자다. 신 변호사는 ‘다른 나라에서 시도한 해결책’을 찾았다. 뉴질랜드에서도 여성들이 돌봄노동에 종사한다. 임금차별을 소송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7년 4월 뉴질랜드 정부는 노조와 ‘돌봄 및 지원노동자 형평임금 협약’을 체결했다. 노동자 5만5000여 명이 이 협약의 혜택을 받았다. 이 밖에도 영국의 생활노동시간 보장 운동, 아일랜드의 소정노동시간 보장법 제정, 미국 뉴욕주의 가정 내 어린이 돌봄 노동자 단체교섭 사례를 책에 담았다. 신 변호사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섭에 나서 노조와 임금, 노동시간,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노동시간 면제) 등만 우선 체결해도 돌봄 노동자의 노동환경뿐 아니라 돌봄의 질 자체도 향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노정 교섭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2019년 5월 경기도와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17개 항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7개월간 노정 교섭을 벌인 파트너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현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다. 〈좋은 돌봄〉은 ‘국민입법 시리즈’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신 변호사가 활동하는 국민입법센터(대표 이정희 변호사)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보적인 정책을 공론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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