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16%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국민연합 마린 르펜. ⓒAFP PHOTO

프랑스는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정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까? 기존 좌우 성향 정당들은 지지율이 부진하다. 후보 단일화론이 불거지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10월20일 LCI TV가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력 후보들 중 가장 지지율이 앞선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5% 지지를 얻었고, 에리크 제무르(무소속)가 17%, 마린 르펜(국민연합·RN)이 16%, 자비에 베르트랑(무소속)이 13%의 지지를 받아 뒤를 이었다. 장뤼크 멜랑숑(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8.5%, 야니크 자도(유럽녹색당)가 7%, 안 이달고(사회당)가 5%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재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정치 전문가 레미 르페브르는 지난 7월13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 2월쯤에야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 가족이 모여 정치 얘기를 나누는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에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위권에 들어 있는 에리크 제무르는 새로운 인물이다. 극우 성향 언론인인 그는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정치 이력도 소속 정당도 없는 그는, 2018년 자신의 저서에서 68혁명을 비판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프랑스 전국에 ‘제무르 대통령’이라는 전단이 붙는가 하면 SNS를 중심으로 #DemainAvecZemmour(내일은 제무르와 함께)라는 해시태그가 퍼졌다. 이들은 스스로 ‘제무르 세대’라고 부른다.

공화당(LR)에도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있었다. 앙투안 디에르 의원은 7월부터 ‘에리크 제무르의 친구들’이라는 단체의 대변인을 맡아 정치자금 마련과 공화당 의원 포섭에 나섰다. 그는 지난 9월11일 “우파 성향 프랑스 국민들은 이민정책과 안보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출마 의사를 밝혀왔던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의원은 제무르의 기세에 눌리는 모양새다. 당대표인 그는 2017년 대선에서 결선에 진출해 34% 지지율을 얻었다. 르펜은 지난 10월24일 한 인터뷰에서 “에리크 제무르는 결선투표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을 택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7%의 지지율로 2위권에 든 무소속 에리크 제무르(포스터)는 68혁명 비판과 인종차별 발언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REUTERS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성향 후보들을 추격 중인 자비에 베르트랑은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후보다. 베르트랑은 전 공화당 의원으로, 자크 시라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은 베르트랑은, 자력으로도 극우 성향 후보들을 제치고 결선투표에 이를 수 있다고 낙관한다. 그는 단일화 논의에 부정적이며, 완주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좌파 정당 후보들은 고전하는 중이다. 야니크 자도 의원은 지난 9월28일 유럽녹색당 최종 후보로 뽑힌 인물이다. 자도는 환경단체 ‘그린피스 프랑스’ 대표 출신으로, 2017년 대선에서도 유럽녹색당의 대표 후보로 선출된 적이 있다. 2019년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서 녹색당이 얻은 13.4%의 지지율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프랑스공산당(PCF)은 각각 장뤼크 멜랑숑, 파비앙 루셀을 후보로 정했다. 멜랑숑은 대선에 세 번째 도전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2017년 대선에서 19.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파비앙 루셀은 2007년 이후 공산당에서 처음으로 대선에 출마했다. 사회당은 지난 10월14일 안 이달고 전 파리 시장을 후보로 선정했다. 올해 초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달고 전 시장은 차기 대선이 결선투표로 갔을 때 좌파 후보 중 유일하게 국민연합 후보 마린 르펜과 지지율이 엇비슷한 인물이다. 이달고는 2014년 파리 시장으로 선출된 뒤 자전거 통행로 구축, 센강 보도화, 디젤 차량 규제 등 환경정책을 펼쳐왔다.

좌파 후보 ‘빅 텐트’ 꾸렸지만 쉽지 않다

좌파 정당들은 후보 단일화를 논의 중이다. 지난 3월29일 유럽녹색당의 야니크 자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역사적인 책임은 서로의 차이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각 정당 주요 인물들이) 협상 테이블에 모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사회당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 역시 “(좌파 정당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그건 죄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중순 브누아 아몽, 안 이달고, 야니크 자도 등 좌파 정당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대표는 남미 방문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좌파 지지자 10명 중 8명이 단일 후보를 내는 데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 회의에서는, 각 좌파 정당이 당원 투표를 통해 대표 후보를 뽑은 뒤 다시 최종 투표로 대선후보를 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럼에도 실제 단일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당 밖에도 좌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기구가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좌파 정당 당원들과 기업인, 사회운동가는 ‘국민당원투표’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빅 텐트’를 꾸려 경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지난 9월 선거인단 신청을 받기 시작해 약 13만명이 등록을 마쳤다. 국민당원투표 주최 측은 안 이달고, 야니크 자도, 장뤼크 멜랑숑 등 후보 10명에게 11월30일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도록 촉구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이 적지 않다. 10월22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전체의 72%, 좌파 정당 후보 지지자 64%가 ‘좌파 정당들이 결국 단일 후보로 통합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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