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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으나 돌파감염을 피하지 못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흑인 최초의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전쟁영웅이자 유능한 군사관료로 꼽힌다.

파월 전 장관은 자메이카 이민 가정 출신이다. 뉴욕 맨해튼의 할렘에서 태어났다. ROTC 과정에 입교한 그는 결혼식을 올린 뒤 바로 베트남전쟁에 파병됐다. 행군 도중 덫에 걸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 1973년부터는 1년간 동두천 주한미군 부대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국방부와 육군 요직을 두루 거쳤다.

걸프전쟁 당시에는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군을 지휘했다. 미군은 막대한 화력을 퍼부었고, 지상전 돌입 100시간 만에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승전을 선언했다. ‘지상전 돌입 100시간’은 파월 합참의장의 아이디어로, 미디어 홍보 효과를 노리고 처음부터 계획된 숫자였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확실히 손을 떼는 전략이다. 당시 미군은 베트남전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3년 이라크전쟁은 미군뿐만 아니라 콜린 파월 개인에게도 오점으로 남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으나, 끝내 미국은 그 증거를 찾지 못했다. 후일 그는 “이라크전을 후회한다. 내 부고 기사의 중요한 단락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온건파였던 파월 전 장관은 개전 이전에도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와 갈등을 빚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2005년 퇴임 후에는 강연과 저술 활동에만 집중했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2008년 대선부터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 등 민주당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자 “나는 더 이상 공화당원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그저 조국을 바라보는 일개 시민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곳곳에는 조기가 걸렸다. 전현직 대통령들이 추모 메시지를 내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사로서도 외교관으로서도 최고의 이상을 구현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통령들이 정말 좋아하던 사람이었다”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정부에서 일한 사람이 나를 지지해줘 감사했다. 내가 무슬림이라는 의혹을 받았을 때 그는 ‘오바마는 기독교인이지만, 무슬림이어도 문제가 되나?’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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