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IT 산업 성격이 강하다. 대다수 독자를 랜선을 통해 만난다. 데이터 전문가나 웹 퍼블리셔와 협업할 때도 많다.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대다수 기자들은 문과 출신이다. 인간과 사회를 언어라는 도구로 추상화시켜 사고하고 공부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언론사라는 회사가 가동되는 시스템은 IT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니 취재-기사 마감으로 이어지는 업무에서 벗어나 엔지니어와 상호 커뮤니케이션할 때 큰 난관에 부딪힌다. 엔지니어는 기자가 뭘 원하는지 헷갈리고, 기자는 엔지니어가 뭘 말하는지 모른다.
이 책은 문과 출신 엔지니어가 맨땅에 헤딩하던 경험이 담겨 있다. 필수적인 IT 용어와 개념을 비전공자(특히 문과)를 위해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요컨대 이런 식이다. “도대체 우분투(Ubuntu)가 뭐죠?” “자꾸 왜 도서관(라이브러리) 얘기를 하는 거죠?” “왜 자꾸 파이선을 배우라고 하는 거죠?” 우분투, 라이브러리, 파이선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웃고 넘어갈 질문이지만, 묻는 사람들은 진지하다. 그렇다고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리눅스, 자바스크립트, C 언어를 공부해보면 의문점이 풀릴 겁니다”라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목적이 뚜렷하다. ‘엔지니어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기초지식’에 초점을 맞춘다. 파이선으로 코딩할 줄은 몰라도,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는 이해하자는 것이다. 광범위한 지식을 240페이지에 압축하는 바람에 다소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입문·교양 목적으로 보자면 꽤 친절한 책이다. 문과 동지들이여, 위축되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재능은 결국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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