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웹조사 결과 20대 여성 10명 중 4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위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풍경. ⓒ시사IN 신선영

〈시사IN〉 제728호와 제729호의 ‘20대 여성’ 커버스토리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2회에 걸쳐 커버스토리로 내보내는 만큼 편집국장인 제가 한 말씀 드리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시쳇말로 ‘굉장히 핫한’ 이슈를 거듭 노출했는데, 제가 그렇게 한 이유를 나름대로 성찰해봤습니다.

주로 20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가장 선명하게 불거져, 미디어들에겐 쓰기 쉬운 데다 ‘비용 대비 수익’까지 높은 소재로 여겨진 ‘젠더 갈등’에서 새로운 정치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좁거나 넓은 의미의 사회제도와 그 변화에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586 세대’로 분류될 저 같은 사람에게 ‘정치’란 주로 민주주의(독재/반독재)나 계급(자본가/노동자), 외교(민족/외세) 등과 관련된 개념이었습니다. 이와 연관된 갈등의 양상이나 그 해결을 모색하는 투쟁·타협을 ‘정치’로 간주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의 바깥으로 내쳐져 있던 갈등들이 ‘나는 세상을 바꿀 만한 사건(주체)이다’라고 외쳐오다가 어느덧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를 구성한 김은지·김다은 기자는 이런 흐름에서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출현’이나 ‘젠더 관습 및 제도의 변화에 따른 성범죄 개념의 전환’을, 국승민 교수는 ‘서구 사회의 정체성 정치가 한국으로 확산될 조짐’ 등을 읽어냅니다.

〈시사IN〉이 ‘20대 여성’ 기획에서 의도한 것은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옳거나 그르다’가 아닙니다. 다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갈등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갈등’ 및 그 담지자들이 ‘승인된 갈등’과 ‘정치적 파워’로 이미 성장하고 말았다는 것을 웹조사로 확인하게 되면서 이 현상을 보고하려고 했습니다. 하나의 흐름이 성장한다면 이에 대항하는 흐름 역시 강력해지고 그들이 서로 투쟁하고 타협하면서 앞으로 한국의 정치·사회·문화 제도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시사IN〉은 이런 과정의 성실한 보고자이자 대안의 통로가 되고자 합니다.

제729호는 2021년의 지면 개편 첫 호이기도 합니다. 연재 칼럼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새로운 주제와 필자들을 독자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또한 좀 더 편하게 읽으시도록 그동안 9포인트였던 글자 크기를 9.5포인트로 키웠습니다. 그동안 제가 〈시사IN〉 지면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주신 여러 칼럼 필자들께 감사와 아쉬움을 함께 담아 인사 올립니다. 새로운 필자들께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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