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이주했다. 터전을 옮기는 것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의 공통된 특성이다. 심지어 식물도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간다. 야생의 일부분인 인간도 마찬가지다. 2015년에는 전 세계 1500만여 명이 어쩔 수 없는 이유(자연재해, 정치 불안 등)로 자기 나라에서 탈출해야 했고, 2045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막지대에서 6000만명이 거주지를 떠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100년이면 해수면 상승으로 1억8000만명이 추가로 이주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류사 차원에서 이주는 자연스럽지만, 각국 정치인들은 이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그러했고 유럽의 정치지도자들과 언론매체 역시 고향에서 쫓겨난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혼란을 가져다준다는 프레임을 쌓아올렸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같은 이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과학자들의 잘못된 주장과 정치인의 위험한 신념이 결합하면서 공고해졌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혐오의 ‘기원’에, 잘못된 우생학에 대한 믿음과 이를 확대 재생산한 정치인들의 결정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믿음이 서로 결합되는 과정을 상세하고 꼼꼼하게 쫓아가며 반박한다.

국내 독자들에게 이 책의 논의는 다소 급진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이라는 공간의 인구밀도가 낮아진다면? 인구가 줄어들고 지방 곳곳에서 ‘사람’을 필요로 한다면? 이미 그런 현상은 발견되고 있고 ‘계절 노동자라도 보내달라’는 요구가 지자체에 빗발친다. 정책 당국은 이주민을 최대한 ‘통제 가능한 노동력’으로 다루려 하지만, 전 세계 차원에서 생존하기 위한 이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이주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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