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3집 앨범 〈환상의 나라〉를 발매한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 ⓒ페포니뮤직 제공

부상을 딛고 ‘돌아온 용자’ 김세윤 작가가 〈시사IN〉에 3주 연속 영화에 대해 썼다. 당연히 그 와중에 주목을 받은 음악이 많다. 하나만 골라 소개하기가 아쉬워 앨범 2개를 엄선했다. 둘 모두 밴드 음악이다.

잔나비/ 〈환상의 나라〉

영순위 추천이다. 그간 잔나비가 들려준 음악의 집대성이라 할 이 앨범에는 정말이지 다채로운 장르가 녹아 있다. 록이 있는가 하면 팝이 있고, 클래식 스트링 편곡이 귀를 즐겁게 해주는 가운데 뮤지컬적인 멜로디가 폭발한다. 아직 4개월 정도 남았지만 단언할 수 있다. 2021년 한 해 듣는 이에게 이보다 ‘스펙터클한 체험’을 제공하는 ‘놀이로서의 음악’은 없을 것이다.

잔나비가 이상향 삼는 밴드는 퀸과 비틀스임이 다시금 분명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비틀스의 경우, 아예 ‘비틀 파워!’라는 곡을 통해 헌사를 바쳤고, 퀸 음악의 요체인 급격하지만 매혹적인 변주는 ‘페어웰 투 암스!+요람 송가’의 4분40초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모든 수록곡이 ‘무대’를 상정하고 작곡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환상의 나라〉가 쥐고 있는 가능성은 잔나비 라이브를 통해서만이 최대치로 대폭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쉽게 말하곤 한다. 아니다. 적어도 잔나비에 관한 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넘친다. 하긴, 포크에 기반한 아트 록의 터치를 느낄 수 있는 ‘용맹한 발걸음이여’나 우아한 현악 세션으로 부드럽게 몰아치는 ‘블루버드, 스프레드 유어 윙스!’ 같은 곡은 뭐로 보나 뮤지컬 수록곡 같지 않은가 말이다. 기실 음반 전체가 그렇다. 지금 잔나비에겐 무대가 절실하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DAY6(Even of Day)/ 〈Right Through Me〉

여타 아이돌이 그러하듯이 데이식스(DAY6)라는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기 위해선 사전 공부가 좀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걸 ‘세계관’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경우 방지턱을 넘어 장벽처럼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데이식스의 세계관은 ‘물리학 법칙’에 바탕으로 두고 있다. 각각 ‘Gravity’ ‘Entropy’ ‘Demon’ ‘Gluon’으로 나뉘어 발표됐는데 머리 아파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음처럼 정리하면 쉽다. 중력이 만남이라면, 엔트로피는 혼란의 시기를 상징하고, 악마에 의해 그 만남이 엇갈렸다가 글루온을 통해 끈끈한 유대를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한다면, 그래도 괜찮다. 우리에게는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의 최신 음반 〈Right Through Me〉가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이건 데이식스의 작품은 아니다. 정확히는 Young K, 원필, 도운으로 구성된 3인조 유닛 이븐 오브 데이의 음반이다.

적어도 이 앨범을 감상하는 동안 당신은 세계관의 족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그냥 첫 곡 ‘우린’부터 직관적으로 좋다. 정확하게 적당한 비트로 몰아치는 드럼 위로 서정적인 선율을 그려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뚫고 지나가요’는 어쩌면 이븐 오브 데이를 넘어 데이식스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불길한 뉘앙스의 인트로를 지나 통통 튀는 스타카토로 진행되는 코러스 파트, 그 후에 이어지는 흐름까지 정말이지 자연스럽고, 근사한 곡이다. 2021년을 통틀어 이보다 더 은근하게 매력적인, 그래서 쉬이 질리지 않는 곡은 많지 않았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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