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지인 〈산케이신문〉 2021년 6월24일자에 실린 기사 ‘내 친구 〈빈과일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 ⓒ트위터 갈무리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작은 마을 맥그로드 간즈에는 한 일본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일본계 NGO가 운영하는 곳으로 식당의 수익은 전부 구추섬(Gu-Chu-Sum)이라는 티베트 정치범 운동단체에 기부한다.

배낭여행자의 인적 구성이 주로 20대이다 보니 이 식당의 한쪽에는 일본의 라멘집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숫자의 일본 코믹스와 문고판 서적이 가득하다. 소설까지는 몰라도 만화나 설명문 위주의 책은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한때 나는 문지방이 닳도록 이 집을 들락거렸다.

15년쯤 된 일이다. 그날도 이 식당의 서가를 둘러보며 무슨 책을 들춰볼지 고르던 중 만화책 한 권을 발견했다. 〈만화 혐한류(マンガ 嫌韓流)〉. 일본 작가 야마노 샤린이 쓴 이 책은 2005년에 발간되었는데, 가히 일본 내 혐한류 서적의 효시라 할 만한 책이다. 제목만 들었지 실물을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거부감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인간이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탐독했고, 일본인 식당 주인은 그 책을 열독하는 내 모습을 지켜봤다. 시선이 느껴질 정도였다. 궁금했다. 이 식당은 NGO가 운영하는 곳 아닌가. 식당 직원들 역시 티베트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활동가들로 구성된 이 식당에 왜 이런 책이 놓여 있을까?

한 권이 눈에 띄자 다른 책도 눈에 들어왔다. 이 식당에는 혐한론 책이 꽤 많았다. 우연히 한 권이 있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이런 책을 구입해서 서가에 꽂아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궁금증이 커진 나는 이 식당을 운영하는 주체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이 일본 식당의 모체는 ‘찐’ 극우단체였다. 그 단체는 티베트뿐 아니라 위구르 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해외 인권운동은 진보세력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나는 이날 꽤 큰 충격을 받았고, 왜 일본의 극우세력이 티베트나 위구르 문제에 관심을 두는지 파악하기 위해 결국 그들이 만든 자료를 읽어내야 했다.

일본은 중국의 천자를 중심으로 하는 천하관에서 벗어난 변두리에 속한 데다 덴노 호칭에서 볼 수 있듯 스스로 제후국이 아닌 황제국이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제국주의 시대 이후 중국과 청일전쟁, 중일전쟁 두 차례 전쟁을 치렀고 심지어 한 번은 이겼다. 이런 배경으로 일본 극우, 아니 상당수 일본인들은 중국을 일본과 대등한 라이벌로 여긴다.

일본 우익의 중국에 대한 라이벌 의식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라이벌 사이의 관계가 좋을 리는 없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도 일본은 아시아의 질서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라는 쟁탈전 개념으로 이해한다. 한국인들이 중국이야 원래 큰 나라니 우리는 그곳에서 돈이나 벌어야겠다에 가깝다면 일본에게 중국은 그저 돈벌이의 대상만이 아니다. 일본 우익은 이런 라이벌 의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약한 고리를 꾸준히 찾아왔다. 티베트, 위구르, 그리고 최근 홍콩 문제 같은 중국의 도덕적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최근 홍콩의 반중 언론 〈빈과일보〉가 정부에 의해 사실상 폐간되었다. 진보지인 〈아사히신문〉보다 보수지인 〈산케이신문〉이 더 크게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심지어 〈빈과일보〉 폐간 당일 〈산케이신문〉은 1면에 〈빈과일보〉를 추모하는 조문 형식의 외부 칼럼을 게재했다. 많은 지인들이 이 기사를 보고 〈산케이〉가 얼토당토않게 남의 나라 언론자유를 외치는 모습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일본 우익을 싫어하기만 할 뿐,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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