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큰 실수인지 작은 실수인지는 읽는 분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인터넷 판으로는 고쳐서 나갔지만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아서 쓰기로 한다. 우선 아무 불평 없이 수정해준 담당 편집자의 아량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 글에서 나는 현재 불고 있는 록 열풍을 주도하는 세대가 1990년대생이라고 썼다. 틀렸다. 완전한 오류다. 정확하게 다시 쓰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생’이다. 이 시기에 태어난 뮤지션이 1990년대 록, 그중에서도 얼터너티브·그런지 록에 영향 받은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당시 분량으로 인해 쓰지 못한 부분도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덧붙인다. 얼터너티브와 그런지를 혼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좀 다르다. 적시하자면 전자는 ‘기존 음악에 대한 대안’이라는 뜻으로 비단 1990년대만이 아닌 다른 시대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후자는 그에 비하면 장르적이고 스타일적이다. ‘그런지’는 ‘먼지’ ‘때’를 뜻한다. 즉 지저분하다는 거다.
대표적으로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을 떠올려보라. 음악적 측면에서 이 곡은 ‘파워코드로 갈기는 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한다. 파워코드란 단 2개의 음만을 사용하고, 쓰지 않는 음은 뮤트하는 연주법을 뜻한다. 일종의 약식 코드인 셈이다. 무엇보다 파워코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지저분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다. 지저분하다는 바로 그 이유로 그런지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붙은 것이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헐렁한 티셔츠, 찢어진 청바지 등 커트 코베인의 옷차림은 항시 지저분함을 지향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이게 멋져 보인다고 해서 따라 하면 큰일 난다. 커트 코베인이니까 근사해 보이는 거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걸 잊지 말자.
본론으로 돌아와서, 실수에 대해 자책하고 있던 차에 마침 인상적인 인터뷰를 하나 봐서 여기에 소개하려 한다. 재즈의 거장 허비 행콕이 재즈의 신이라 할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연주했던 어떤 날을 회상하는 영상이다.
자신은 실수해본 적 없다는 투로
요약하면, 연주 도중 허비 행콕이 잘못된 코드를 연주했다고 한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창피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고 그는 말한다. 한데 그 순간 마일스 데이비스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허비 행콕의 실수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것처럼 들리는 선율을 만들어 연주를 지속했다고 한다. 허비 행콕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돌이켜보건대 마일스 데이비스는 그걸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하나의 해프닝,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한 부분이라고 봤던 거다.”
(내) 실수를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다. 사람은 때로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느새 타인의 자잘한 실수마저 용납 못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 서글플 때가 있다. 심지어 자신은 일생 실수해본 적 없다는 투로 악플을 쏟아내고 혐오를 드러낸다.
어쨌든,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I don’t judge people on their worst mistakes.”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블랙 위도우의 대사다. 부디 독자들의 너른 양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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