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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후에 ‘청년’에 대해 정치권에서 말이 무성하다. 너도나도 마치 청년을 잘 아는 양 행세하며 청년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종종 필요할 때면 청년들에게 구애했고, 미디어·출판계도 자극적 청년론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청년은 우리 사회에서 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범람하는 청년 담론은 청년 현실에 대한 이해보다는 오해를 심화시키고 있다.

첫 번째 오해는 청년들이 유사한 삶의 상황과 경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청년세대가’ 불안정하다거나 가난하다는 식의 표현이 흔하게 보인다. 그러나 청년층은 지난 10여 년간 세대 내 양극화가 가장 심하게 진행된 연령대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초기 청년기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그런데 어찌 ‘청년세대’가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정확히 말해야 한다.

두 번째 오해는 청년세대가 가장 힘든 처지에 있다는 얘기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선진국 중 최저이며 청년 실업률도 계속 상승했다. 그러나 연령대별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 10년간 50대가 가장 높았고, 전체 비정규직 중 50대 이상 중고령층 비율이 가장 높다. 어느 세대가 제일 힘든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관련되는 세 번째 오해는 윗세대의 자원 독점으로 청년세대가 미래를 박탈당했다는 세대착취론이다. ‘부유한 부모, 가난한 자식’이라는 구도인데, 이런 허구적 담론은 세습자본주의 현실을 체계적으로 은폐한다. 현실에선 부모의 재산·직업·소득·학력·문화자본이 자식대로 이어진다. 그러니 괜찮은 학벌, 풍성한 스펙, 좋은 일자리, 보장된 미래가 없는 청년이 대결할 상대는 제 부모가 아니라 금수저 가족이다.

실제로 청년들은 윗세대를 ‘무능한 기득권 꼰대 세대’라고 분노하고 있을까? 이것이 청년에 관한 네 번째 오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43.9%가 계층 갈등을, 29.0%가 이념 갈등을 꼽았고, 세대 갈등은 6.1%에 불과했다. 20대, 30대도 각각 7.5%, 7.3%만 세대 갈등을 꼽았다. 지금 청년들의 일차적 분노는 일자리·가난·갑질·차별·미래 없음에 대한 것이다.

다섯 번째로 ‘이대남 여혐론’도 허구다. 지금 20대 남성 다수가 페미니즘 단체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마치 이들이 양성평등 가치에 반대하는 걸로 오해하고 이상한 정책을 내놓는 자들이 있다. 그런데 인천대 박선경 교수의 2020년 논문에서 2030 세대는 남녀 모두 윗세대보다 진보적 젠더 인식을 갖고 있고, 특히 전통적인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반감은 청년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은 이렇다’는 손쉬운 대답 버려야

여섯 번째 오해는 청년층이 능력주의적 공정성 관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동그라미재단의 2015년 조사로는 ‘개인의 선택·노력 차이로 인한 결과 불평등은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2030 세대의 동의가 4050 세대보다 꽤 낮은 반면, 결과 불평등이 기회 불평등보다 심각하다는 응답은 20대가 노인층 다음으로 높았다. 상류층 청년과 저소득층 청년의 공정성 개념, 불공정 인식은 많이 다르다.

끝으로 일곱 번째 오해는 청년층이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도 사실이 아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30 세대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의 비율이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가장 높은 연령대였고, 이념 성향도 진보파 비율이 40·50대보다 훨씬 높았다. 청년들이 보수정당에 더 많이 투표한 것은 이번 보궐선거가 처음이다.

오늘날 청년 담론은 이렇게 많은 오해를 담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와 청년들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는 공동의 관심과 노력이다. ‘청년은 이렇다’는 손쉬운 대답을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청년의 현실과 소망에 관해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자. 무엇보다 청년들 자신이 발화의 주체가 되게 하자. 나아가 우리 사회를 바꾸는 주인공이 되게 하자.

기자명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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