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목을 원했던 아모스 이는 ‘소아성애 용인’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2020년 10월 아동 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AP Photo

“리콴유가 마침내 뒈졌어요!”

싱가포르 전 총리 리콴유가 2015년 폐렴으로 사망하자 한 청소년이 이런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리콴유와 예수를 한데 묶어 “권력에 목마르고 악의로 가득하지만 착하고 자비로운 지도자로 보이게끔 기만했다”라고 비하했다. 그의 이름은 아모스 이. 당시 15세였다. 이후에도 리콴유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성교를 벌이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블로그에 올리는 등 싱가포르 국민을 상대로 도발을 벌이다 특정 종교와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죄목으로 체포됐다.

감옥살이 이후 오히려 그는 더욱 날뛰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가랑이에 놓고 성관계하는 듯한 영상을 올리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싱가포르는 무슬림이 15%를 차지하는 다종교 사회다). 당시 서구 언론은 ‘연성 독재국가’ 싱가포르에서 한 청소년이 지도자를 비판하다 잡혀갔다는 시각으로 이 사건을 바라봤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반대하는 우파들이 그를 독재에 저항하는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미국의 우파들은 아모스 이의 입을 빌려 이슬람과 아시아식의 ‘강한 정부’를 폄하했다.

2017년 아모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찾아 아군이 득실대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국가권력의 처벌을 피해 마음껏 세상의 주목을 받을 줄 알았건만 그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싱가포르가 아닌 미국에서 그의 콘텐츠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초조해진 그는 폭주하고 말았다. 유튜브를 통해 소아성애를 용인해야 하고, 아동 성착취 영상 역시 무조건 범죄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잠깐 반짝하며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미국 시민들의 역린을 건드린 대가는 컸다. 그를 지지하던 우파 논객들은 자신도 소아성애로 엮일까 봐 그에게 등을 돌렸다. 삽시간에 그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말아야 하는 ‘금기’가 되었다. 그렇게 잊힌 줄 알았던 그는 2020년 10월 아동 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때 표현의 자유 투사로 추앙받던 이 청년은 이제 소아성애자들에게나 지지받는 범죄자로 전락했다.

김내훈씨가 〈프로보커터〉를 통해 소개한 아모스 이의 사례는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의 인터넷 공론장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인종주의·난민·기후변화·홀로코스트에 대한 망언이 풍자랍시고 트위터나 틱톡에 돌아다닌다. 이처럼 기막힌 관심 끌기로 세상을 오염시키는 프로보커터가 한국에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김내훈씨는 “프로보커터의 언어가 보통 사람들 사이에 스며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혐오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가 뒤섞이는 순간 프로보커터가 득세해 한국 사회의 공론장을 어지럽힐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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