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영국 정부는 교육 회복 패키지를 발표했다. 위는 2월22일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EPA

유네스코(UNESCO) 홈페이지의 ‘코로나19 교육 대응’ 페이지에 들어가면 세계지도가 하나 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폐쇄 정도를 색깔로 표현한 글로벌 모니터링 지도다. 파란색은 정상 등교, 보라색은 등교 중지, 자주색은 부분 재개다. 2020년 2월16일부터 재생되는 세계지도는 파란색에서 점점 보라색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색(부분 재개)으로 안정화돼가고 있지만 팬데믹 1년이 지난 2021년 3월 중순까지도 지도는 파란색(정상 등교)을 절반 이상 되찾지 못했다.  

코로나19 교육 공백은 전 세계 공통의 위기였다. 유네스코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학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평균 5.5개월 동안 완전히 문을 닫았다. 이는 한 학년도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전 세계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교육 위기를 동시에 함께 겪은 것이다.

유네스코 ‘코로나19 교육 대응’ 페이지에 업데이트되는,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폐쇄 글로벌 모니터링 지도. 1차 유행이 휩쓸던 지난해 4월22일 기준 전 세계 거의 모든 학교가 전면(보라색) 혹은 일부(자주색) 폐쇄됐다. ⓒ유네스코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제까지 ‘위기 대응’이 주 초점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다르다. 이제 관건은 ‘복구’이고 ‘회복’이다. 오히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학교 문이 열리면서, 진짜 과제가 시작됐다. 교육 공백을 복구하고 그사이 더 벌어진 교육 격차를 좁히는 일이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학생들의 ‘잃어버린 1년’을 되돌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각국 정치 지도자와 교육 책임자들이 교육 공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복구를 위한 자원 투입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그 의지를 가장 대대적으로 밝힌 나라 중 하나가 영국이다. 지난 2월24일 영국 정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교육 회복 패키지’를 발표했다. 보충학습, 개인지도, 여름 특강, 언어 발달 지원, 휴일 특별활동과 급식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있으며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을 집중 지원한다. 이 ‘따라잡기(catch-up)’ 패키지에 책정된 예산은 무려 17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교육 회복 차르(education recovery tsar)’라는 힘있는 자리도 하나 신설했다. 교육기금재단(EEF)과 지역 아동위원회 등에서 오랫동안 교육 불평등 개선 활동을 해온 케번 콜린스가 그 자리를 맡았다. 케번 콜린스는 영국 하원의원들 앞에서 말했다. “이 기금 계획은 좋은 출발일 수 있지만 전체 복구를 위해 충분하지는 않다. 복구는 장기간 지속되고 광범위해야 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교육 복구’를 국정 과제의 주요 우선순위로 올렸다. 지난 3월11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인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에는 미국 유·초·중·고 교육에 대한 전례 없는 연방정부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학생, 교사, 학교가 입은 여러 종류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1700억 달러(약 192조490억원) 예산을 배정했다. 지난 2월12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안에 대부분의 초·중학교 대면 수업을 재개하겠다는 목표 아래 여러 가지 조치들이 필요함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항상 존재해왔던 교육 격차가 매일 더 커지고 있고, 학교는 폐쇄되었고, 원격학습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조건이 아니다. 여기(학교를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에는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비용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때 들어갈 비용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트럭 짐칸에서 수업하는 멕시코 교사의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SNS 화면 갈무리

국가가 아니면 시민단체, 교사 개인이라도

감염병 기간 학교 문을 닫는 일에 매우 신중했던 북유럽 국가들은 교육 복구 정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스웨덴 정부는 6~19세 아동·청소년 수에 비례해 분배되는 주 교육 예산 보조금을 올해 10억 크로나(약 1326억원)까지 상향했다. 덴마크 아동교육부도 지난 2월24일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은 초중고와 성인 학생의 학업 지원을 위해 여름방학까지 6억 덴마크 크로네(약 1083억원)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두 국가 정책의 공통점은, 교육 복구 예산 사용에 각 지자체나 학교, 교사의 자율권을 상당히 많이 부여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기금을 활용해 덴마크 교사는 학교가 폐쇄된 기간에도 최대 4명의 학생과 야외에서 소규모 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일부 중단된 실습 중심의 직업교육도 재개할 수 있다. 안전한 환경에서 실시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심리 상담 및 다양한 문화, 여가, 스포츠 활동도 적극 권장됐다.

덴마크 아동교육부 장관 페르넬레 로센크란츠 테일은 2월24일 연설에서 말했다. “원격수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 폐쇄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학생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안겼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 학교와 교육 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는데도,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플랫폼에 학생들을 남겨둔다면 매우 큰 가치들을 생략하는 죄가 될 것이다.”

모든 국가가 이런 부유한 국가들처럼 교육 위기 대응에 돈을 쏟아붓지는 못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국가가 아니면 시민단체가, 안 되면 교사 개인이라도 나서서 학생들의 잃어버린 1년을 채워보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미약하게나마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페루 교육부는 지난해 4월부터 ‘나는 집에서 배운다’라는 원격학습을 시작했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못한 탓에 원격학습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더 많이 진행됐다.

멕시코에서는 트럭 짐칸에서 진행되는 교사의 야외 개별 수업 사진이 SNS에 돌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학교가 무기한 폐쇄되면서 답답한 교사들이 하나둘 직접 학생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원격학습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와이파이나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상점 주인과 이웃 주민들의 사례도 종종 소개되었다.

수단에서는 글로벌 교육 원조 펀드 GPE(Global Partnership for Education)를 통해 태양열로 충전하는 어린이 라디오 28만7000개가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숙제가 인쇄된 지역 신문이 배포됐다. 인도의 시민사회단체 프라탐(Pratham)은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와 전화, 와츠앱 등을 활용해 학생들의 원격학습을 도와주기도 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각자의 상황 속에서 교육 공백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낼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스테파니아 지아니니 유네스코 교육 사무총장보는 1월29일 발표한 성명 ‘교육 회복 패키지를 출시할 시간’에서 각 정부들에 교육 회복 정책에 자금과 인력을 투자할 것을 촉구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교육을 건강, 일자리, 기후와 함께 회복 계획의 기둥으로 삼지 않으면 사회는 증가하는 불평등, 빈곤, 사회적 격차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연료를 공급할 것입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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