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지상파 아나운서 출신, 인스타그램 팔로어 20만명의 셀럽(유명인), 동네책방 주인. 김소영 책발전소 대표(사진)는 달고 있는 수식어가 많다. 그리고 요즘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기업가’다.

책이 좋아서 책방을 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커피도 내리는 삶을 꿈꿨다.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동네책방 ‘당인리 책발전소’를 차렸다. 로망을 실현해 행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떡해, 나 이런 체질이 아니구나(웃음).” 로망으로 멈추고 싶지 않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광교와 위례에 2·3호점을 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닥쳤다.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는 실험 끝에 ‘책발전소 북클럽’이 나왔다. 베타테스트 석 달을 거쳐 정식 서비스 개시를 앞뒀다. 한 달에 책 한 권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다. 회원은 책, 독서 가이드 편지, 독서 습관을 체크하는 달력, 책갈피, 그리고 온라인 북토크 초대권을 받는다. 회비는 책값보다 만원쯤 더 비싸다.

독서가들 눈에는 봉이 김선달 같은 장사로 보인다. 스스로 고르지도 않은 책을, 굳이 만원씩 더 주고 받아 보겠다는 사람들이 정말 있을까? 있다. 제법 많다. 정식 출시도 하기 전에 “북클럽 전용으로 1쇄를 찍을 만큼” 회원을 모았다(보통 1쇄에 2000부를 찍는다). 재구독률도 70%로 높다. “한 달에 한 권, 1년에 한 권도 안 읽지만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 분들께 좋은 큐레이션(책을 골라 추천하기)을 해드리고, 책 읽는 습관이 생기도록 도와드리려 해요.” 키워드는 좋은 추천, 그리고 좋은 습관이다. 물건이 흔해진 시대에, 이제 사람들은 좋은 추천과 좋은 습관에 기꺼이 돈을 낸다.

김소영 대표는 매달 편지도 쓰고, 북토크도 하고, 구독자의 피드백을 수집해 서비스 형태를 매번 조정한다. 노동집약적이고, 체계화하기 어렵고, 감정노동도 많다. 아나운서 출신 셀럽인 그가 돈을 벌려면 다른 방식으로 더 쉽게 벌 수 있다.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제가 방송인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힘든 길이지만, 서점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인지도 덕분에 어려운 길을 쉽게 가고 있으니 감사하죠. 프리랜서 여성 아나운서로 소비되는 제 모습과, 조그맣게라도 무언가 직접 만들어가는 제 모습, 저를 지켜보는 분들이 둘 중에 무엇을 더 좋아하실까 생각해요.”

서점 기업가 김소영은 책을 아주 까다롭고 매력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콘텐츠와 달리 책은 읽지 않고 쌓이면 바로 구독을 끊는다. 결국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회원의 취향은 아주 다양하다. 대체 재미있는 책이란 뭘까? “맥락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 정보는 포털에 있고 생생함은 유튜브에 있죠. 책은 앞뒤 좌우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해줘요. 고전문학을 읽다가도 ‘어우 나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경험은 취향을 뛰어넘으니까. 책을 읽는 시간이 내적 성숙을 일으키는 경험, 그걸 만들어보고 싶어요.”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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