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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제학계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둘러싸고 스타 경제학자들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쟁점은 엄청난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9000억 달러의 추가부양책을 도입했고, 바이든 정부가 새로 GDP의 약 9%나 되는 1.9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불황에 맞서 총력전을 기울인 결과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플레에 대응하여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테니 문제다. 특히 최근 부채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또한 높은 인플레는 실질임금을 하락시키고 분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논쟁의 포문을 연 이는 오바마 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로런스 서머스였다. 그는 경제의 모든 자원을 활용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산출과 현재의 산출 간 격차인 산출갭과 비교하면 경기부양책 규모가 3배나 되어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연준 총재를 지냈던 윌리엄 더들리와 거시경제학의 대가 올리비에 블랑샤르도 경기부양책과 개인의 지출 여력이 매우 크다며 서머스의 견해를 지지했다. 실제로 작년 미국인들의 개인소득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전년보다 약간 증가했고 소비는 매우 위축되어 저축이 약 1.6조 달러나 증가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코로나와 싸우는 이번 부양책은 보통의 경기부양과 다르고 잠재산출의 추정도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오바마 정부의 경제자문회의 의장이었던 제이슨 퍼먼도 경기과열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불황의 위험이 훨씬 높다며 대규모 부양책을 지지했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이지 않고 노동시장의 회복이 느려서 크게 행동하지 않는 위험이 더욱 크다고 강조한다.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부양책으로 2022년에 완전고용을 달성할 것이며 인플레가 나타나면 막을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제롬 파월 총재도 최근 연설에서 고용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결국 인플레보다는 불황과 그로 인한 불평등 및 사회불안이 훨씬 더 큰 걱정이라는 이야기다.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4%로 여전히 낮았다. 그러나 경기회복과 인플레에 대한 기대로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10년 물가연동채와 국채금리의 스프레드는 2.2%를 넘어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양적완화 때와 달리 이번에는 재정지출이 크게 증가하여 본원통화와 통화량이 함께 크게 증가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인플레이션 둘러싼 별들의 논쟁은 흥미롭지만…

하지만 대규모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경기가 과열되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투자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고 장기 실업과 불황의 상흔이 잠재산출마저 떨어뜨리는 이력효과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옐런과 파월의 긴밀한 협조는 이를 역전시키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인플레 우려는 필립스곡선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자연실업률(NAIRU)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크루그먼도 지적하듯 이 개념들은 튼튼하지 않다. 또한 잠재산출 추정치는 너무 낮고 자연실업률 추정치는 높다는 비판이 높다. 2019년에는 현실의 산출이 잠재산출보다 높고 실업률이 3.7%까지 낮아졌는데도 인플레이션이 높아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미국 경제는 이미 오랫동안 너무 차가웠던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별들의 논쟁은 흥미롭지만, 정작 걱정해야 할 가격은 자산가격일 것이다. 불황에 맞서는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자산시장의 버블과 자산 불평등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에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는 것은 물가가 아니라 자산의 인플레이션일지도 모른다.

기자명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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