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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임성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현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에 관심이 높다. 그런데 탄핵은 현직 판사에게 가능한 일이라, ‘사법농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탄핵으로 책임을 묻지 못했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형사재판은 3년째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사건이지만, 사건이 늘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다.

이 사건 재판에는 고위 법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수의 법관들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 일정이 있다’거나, 심지어 ‘법원 체육대회 참석’을 불출석 사유로 든 판사도 있었다. 법리로 무장한 법관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도 협조적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7일 출석한 이범균 부장판사도 두 차례 소환 끝에 법정에 나왔다(그는 1월 말 법원 정기인사에서 퇴직을 신청해 법복을 벗는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2013~2014년 ‘국정원 댓글 사건’ 1심 재판장이었다.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무죄, 국정원법 유죄라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다. 원 전 원장은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이 뒤늦게 한 번 더 논란이 되었는데, 2018년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 거래’ 의심 문건이 발견되어서다.

양승태 법원행정처에서 원세훈 1심 관련 문건도 여럿 나왔다. 법원행정처의 박성준 판사는 원세훈 1심의 ‘검찰의 공소장 변경 내용’ ‘공판 회차별 진행 상황’ 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해 윗선에 보고했다. 검찰은 재판부 내부에서 알려주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의심했다. 이범균 판사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박성준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시사IN〉 등을 참고해 썼다고 주장했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의외의 곳에서 숨은 애독자를 발견하다니. 당시 〈시사IN〉은 원세훈의 재판 과정을 날것 그대로 전달했다. 독자들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있게 ‘응답하라 7452’라는 별도의 아카이빙 사이트(nis7452.sisainlive.com)도 만들었다. 그러라고 만든 사이트는 아닌데,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의 ‘방어 논리’가 되다니 아이러니하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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