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월22일 매입임대주택을 방문해 보고를 받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확산되자 정부가 긴급 정책을 꺼내들었다. 정부는 11월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총 11만4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수도권에서 7만 호를, 서울로 국한시키면 3만5300여 호를 공공임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어떻게’다. 정부 계획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초반(2021년 상반기)에는 단기적으로 당장 비어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전세로 푼다. 그사이 주택 매입량을 늘려 2022년까지 전세로 추가 공급하겠다.’ 여러 언론에서 ‘호텔을 개조한 공공임대’를 주목했지만, 핵심은 ‘호텔’이 아닌 ‘매입’이다. 정부가 2년 동안 서울에서 공급하겠다는 3만5300여 세대 가운데 ‘매입’으로 해결하는 물량은 총 2만6000호(공공임대 공실 1000호, 공공전세 5000호, 신축 매입 약정 2만 호)다.

‘매입임대’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공공임대 정책에서 한 축을 차지해 차츰 그 비율을 늘려오던 정책이었다. 다만 종전까지 매입임대는 저소득·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성격이 강했다. 최근 공급 대상이 청년·신혼부부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원래 주된 정책 대상은 비싼 임차료 때문에 원래 살던 터전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매입임대는 분산형 공공주택이다. 대도시에서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이 대체로 빌라 같은 다세대·다가구를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우선 대규모 공공택지를 개발하지 않고도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서울처럼 더 이상 대규모로 개발할 땅이 없는 경우 기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활용해 부족한 공공임대를 보충한다.

매입임대는 특히 저소득층에게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원래 거주하던 생활권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기존 생활비로 삶을 영위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아파트에 국한되던 공공임대 공급 방식을 다양화하는 부수 효과도 거둔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이 도시재생을 위한 미래 자산을 축적하는 의미도 있다. 가령 노후된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제공하다가 추후 이 땅에 용적률을 늘린 새집(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다. 매입임대주택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 행복주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매입임대주택은 임대주택 거주민이 지역사회에 어우러지도록 하는 ‘소셜 믹스’ 효과도 크다. 대다수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외형상 차이가 없다. 지역 거주민이 임대주택 여부를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고, 매입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층도 여러 동네에 분산되기 때문에 임대 거주민에 대한 차별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임대주택 밀집으로 인한 슬럼화도 피할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당장 ‘관리 부실’을 지적받는다. 지난 8월3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LH공사, 35개 지방개발공사(SH 등)를 대상으로 매입임대주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세부적인 관리 기준이 없어서 관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지자체별로 정해진 ‘공동주택관리규약’을 참조하여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매입임대주택은 주택마다 거리가 멀고, 통합 관리가 어려워 운영사(LH공사·SH공사 등)가 주택관리 문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관리 방식도 제각각이다. 주민 자율 관리, 민간업체 위탁 관리, 직영 관리 등 집집마다 다른 방식으로 유지보수가 이뤄진다.

공급 시스템도 중구난방이다. 공공임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LH공사가 함께 운영하는 ‘마이홈 포털(myhome.go.kr)’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는 개별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공고만 업데이트될 뿐, 실제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각 공고문에 나와 있는 사업자에게 개별 연락해 공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민간 임대차 시장에서는 ‘직방’ ‘다방’ 같은 앱 활용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발품을 팔거나 개별적으로 연락해야 한다. 이는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체가 다양한 데다, 이 정책이 당초 취약계층 주거 안정책에 가까웠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다. 행정센터 등이 취약계층에게 매입임대주택을 직접 알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정부가 매입임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집값 하락 이유로 임대주택 확대에 반발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용하던 매입임대주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세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기존 세입자의 혜택은 늘었지만, 신규 전세 수요층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연장된 전세 주기’가 돌아오는 2년 동안 어떻게 공급을 늘릴지가 문제인데, 정부는 ‘어차피 늘릴 매입임대주택’을 단기간에 확보해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공급 속도’가 관건인데,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매입임대주택의 확대 보급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2018년부터 서울시 강서구·강북구·성북구·중랑구·양천구·도봉구 등은 SH공사 등에 임대용 주택 매입을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반대 민원을 넣는다’는 이유다. SH공사가 지난 9월에 공고한 ‘매입임대주택 매입 공고’에도 이들 지역은 ‘사전협의 필요지역’으로 명기되어 있다. SH공사에 집을 팔기 위해서는 사전에 기초자치단체와 공사 측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지역에 임대주택이 많다며 반발한다. 실제로 아래 〈그림〉을 보면 매입임대주택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서울시 전체 매입임대주택 3만5954호 가운데 상당수가 강서구(2442호), 강북구(2148호), 성북구(2628호), 강동구(2842호), 구로구(2307호) 등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임대주택 확대에 반발하고 있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은 매입임대주택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기 때문에 점진적 확대가 가능했다. 그러나 매입량을 늘리겠다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이상, 지역이기주의를 넘어서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매입임대주택은 애초부터 전세 안정을 위해 설계된 정책이 아니다. 서울시의 매입임대주택 프로그램의 자문·심의를 맡은 서울시립대 이충기 교수는 “매입임대주택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 대상이 확대되어왔다. 전세 문제와는 별개로 꾸준히 늘려나가야 하는 주거복지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매입임대주택은 당초 정책 목표를 넘어서 2년간 일시적으로 임대차 시장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게 되었다. 중앙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관리·운영체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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