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How can you not be romantic about politics?(어떻게 정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입구에 설치된 분홍빛 네온사인의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영화 〈머니볼〉 대사에서 ‘야구(baseball)’ 대신 ‘정치’를 넣었다. 정치가 사납기만 한 게 아니라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올로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려진 머그컵과 책갈피를 판다. 미국 대선 ‘굿즈’도 장식되어 있다. 19평(63㎡) 남짓한 2층 공간에 전시된 약 800권 모두 정치사회 관련 책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정치’를 주제로 한 독립서점이 생겼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 정치발전소가 연 정치사회 전문서점 ‘정치발전소’다. 정치발전소는 2013년 창립해 민주주의 정치, 국회 보좌관 실무 등을 교육하고 연구해온 단체다. 지난 5월부터는 전문가들이 정치사회 책을 매달 선정해 보내주는 서비스 ‘마키아벨리의 편지’도 운영 중이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42·오른쪽)는 “그동안 학생운동과 연결된 사회과학 서점은 있었지만 정치 전문서점은 없었다. 많은 독립서점이 문학이나 에세이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정당과 조직’ ‘경제민주주의’ ‘젠더 정치’ 등 정치를 중심으로 책을 선별해 추천한다는 데 차별성이 있다. 국회 보좌관,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서점 정치발전소는 책을 매개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2021년 새해를 맞아 여는 기획 특강 ‘다시, 정치로부터’에는 조성주 대표를 비롯해 김성식·금태섭 전 의원, 장혜영 의원, 최장집 교수가 강연자로 나선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의 어젠다를 짚고 대안을 논의한다.

12월 한 달 동안은 ‘추모 기획전’을 연다.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3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환희씨(출판사 어크로스·동녘 전 편집자)가 2015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편집한 책 25권을 고인이 생전에 썼던 글과 함께 전시한다. 조성주 대표는 “환희씨가 정치발전소 초기부터 회원이었다. ‘편집자의 존재가 드러나는 때는 오류가 발견됐을 때’라는 말이 있지만, 책은 저자가 쓰는 게 아니라 편집자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존재인 편집자의 노동을 조명해보자는 취지로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넘어서는 일이 간단치는 않다. 유의선 정치발전소 사무국장(49·가운데)은 “일단은 망하지 않고 코로나를 이겨내는 게 목표다. 배송 주문도 가능하다(웃음). 내년에는 독립출판물을 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범각 정치발전소 기획국장(31·왼쪽)은 “정치와 시민과 책이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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