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를 맞아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노무현 유산의 비상, 박정희 신화의 추락.’ 10년 넘게 쌓여온 〈시사IN〉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의 추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2007년 창간호부터 매년 조사(2008년, 2011년 제외)한 전·현직 대통령 신뢰도를 보면, 노무현·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뢰도 추세가 가장 큰 대조를 이룬다(아래 〈그림〉 참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2010년대 한국 정치의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노무현·박정희 두 전 대통령의 신뢰도 등락은 두 사람을 상징으로 삼는 세력의 성쇠와도 연결된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뢰도는 6.6%로 한 자릿수에서 출발했다. 2009년 서거 이후 그의 신뢰도는 28.3%로 뛰어올랐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신뢰도 1~2위를 다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16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신뢰도를 오차범위 밖으로 넘어선 골든크로스를 이룬 다음부터는(〈시사IN〉 제470호 ‘바보 노무현, 박정희를 뛰어넘다’ 기사 참조), 계속해서 전직 대통령 신뢰도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범여권의 자산으로 이어졌다. 본격 선거 일정을 시작하며 범여권 정당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모습은 지난 10년 사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2020년 결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41.9%로 부동의 1위다. 가장 큰 지지대는 40대다. 전체 평균을 훌쩍 넘어선 지지(67.5%)를 보인다. 다음으로는 20대(46.7%), 30대(44.8%), 50대(38%), 60대 이상(22.7%)의 순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지역으로는 인천·경기 지지세(46.2%)가 가장 컸다. 부산·울산·경남(44.7%), 광주·전라(40.7%), 서울(40.4%), 대전·충청·세종(39%), 강원·제주(36.1%), 대구·경북(34.1%) 차례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 64.1%, 중도 39.3%, 보수 26.1%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으로 꼽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뢰도는 2007년 첫 조사 당시 52.7%였다. 2007년 17대 대선 레이스 당시 야권의 유력 후보였던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는 ‘박정희 마케팅’에 나선 바 있다. 이명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이미지를 차용했고,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경쟁했다. 박정희 향수가 거세던 2007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 결과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점차 하락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신뢰도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으로 반등했다. 2012년 32.9%에서 2013년 37.3%로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와 같이 박정희 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네 차례나 썼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신뢰도는 ‘박근혜 탄핵’ 바람이 불던 2016년 20%대로 주저앉았다. 이후 계속 20% 초반대다. 박근혜 대통령 퇴장과 함께 박정희 신화도 함께 무너졌다. 2020년에도 22.2%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이들의 구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신뢰도와 반대다. 연령으로 보면 60세 이상이 가장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43.3%). 나이 역순으로 신뢰도 응답이 나오는 경향을 보인다. 50대 28.9%, 40대 10.3%, 20대 7.7%, 30대 6.5%다. 지역으로는 강원·제주가 1위(신뢰한다 44.3%)였다. 대구·경북 35.7%, 서울 23.3%, 대전·충청·세종 22.5%, 부산·울산·경남 21.3%, 인천·경기 19.8%, 광주·전라 5.7%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 35.9%, 중도 25%, 진보 4%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상승

여러모로 정반대인 노무현·박정희 전 대통령 신뢰도의 공통점도 있다. 그 정권의 계승자 이미지를 주는 후대 대통령의 신뢰도와 함께 두 전직 대통령의 신뢰도가 출렁인다는 점이다. 노무현-문재인, 박정희-박근혜의 신뢰도는 한 쌍처럼 움직이는 모습이다. 신뢰도 조사에 응하는 시민들의 의식 속에 이들은 각각 한 팀이다.

문재인 대통령 신뢰도가 오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신뢰도가 상승했고, 떨어지면 같이 하락하는 운명이다. 문재인 대통령 신뢰도가 가장 높게 나왔던 2017년(6.67점/10점 만점), 노무현 전 대통령 신뢰도도 가장 높게 나왔다(45.3%). 2018년과 2019년 노무현-문재인 두 사람의 신뢰도는 하락세를 함께 겪다가, 2020년 동반 상승했다. 앞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신뢰도 유지의 관건이 문재인 정부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 신뢰도도 마찬가지로 함께 움직였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가 취임 첫해인 전해보다 1점 이상 떨어졌다. 2013년 10점 만점에 6.59에서 2014년 5.27점으로 떨어진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뢰도 또한 2013년 37.3%에서 2014년 32.8%로 하락했다. 2015년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뢰도가 함께 올랐다.

2020년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에서 3위(15.6%)를 차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7년 전직 대통령 신뢰도 이후 꾸준히 10% 중반대를 유지하며 3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높은 40대(67.5%)가 김대중 전 대통령 신뢰 응답에서는 낮은 비율(9.4%)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뢰도 상승도 눈에 띈다. 비록 한 자릿수이지만 지난해 2.9%에서 4.8%로 올랐다. 노무현-박정희-김대중에 이어 4위다. 상승세를 이끈 세대가 20대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대 14.2%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밝힌 20대 비율(7.7%)보다 높다. 게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말한 20대의 응답 성향은 40대 이상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30대 6.1%, 40대 1.5%, 50대 2.4%, 60대 이상 2.3%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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