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와 함께 새로운 미국이 등장했다. ‘세계의 경찰’을 내려놓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낯선 모습이다. 미국의 이 같은 변화가 트럼프라는 한 개인의 개성을 넘어 미국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서 유래한 것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저자인 피터 자이한은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세 분석 기관 ‘스트랫포’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그의 분석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종언에서부터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미국의 브레턴우즈에 연합국 대표들이 모였다. 그들은 승전국 미국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다. 미국이 앞으로 국제 해상무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자국 시장을 개방할 터이니 전후 경제부흥에만 힘쓰라는 것이었다. 독일과 일본에게도 같은 혜택이 주어져 전후 부흥이 시작됐다. 그러나 막대한 국방비 부담과 무역적자로 미국은 골병이 들었다.

미국이 이 같은 획기적인 체제를 만들고 출혈을 감당해온 것은 바로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냉전이 끝난 지 30년이 넘도록 여전히 그 짐을 떠맡아온 것이다.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고 자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트럼프 때문이 아니라 미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국제정치 최대 현안인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한 이 책의 입장은 매우 원론적이면서 단호하다. 중국은 브레턴우즈 체제가 보장한 자유무역 질서 덕분에 성공했으나, 이로 인해 브레턴우즈 체제는 와해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 어떤 패권국도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가 자국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GDP의 15%를 직간접으로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필요한 석유의 3분의 2를 수입한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하면, 중국은 패권 경쟁이 아니라 존립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