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금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
  •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호수 661
  • 승인 2020.05.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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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비해 3월 취업자 수가 68만명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다. 한국 경제는 실물 부문에서 외환위기 이후 최강의 충격을 감당하고 있다. 재정정책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비견할 만한 팬데믹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일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전파되었고, 전 지구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이 병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사망자가 2000만명에 이른다. 당시에도 여러 도시가 봉쇄 조치를 취했다.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스포츠 이벤트는 취소되었으며, 사적인 모임 또한 금지되었다.

스페인 독감의 경제·사회적 영향은 크고 길었다. 단기적 충격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큰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더글러스 아몬드 교수가 2006년 〈정치경제학 저널(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태어난 세대의 경우 다른 세대와 비교하여 교육 성취도와 소득이 떨어지고, 사회경제적 지위도 낮았다(〈그림 1〉 참조). 팬데믹은 지금 눈에 보이는 물리적 피해 외에도 사회 깊숙이 상처를 남긴다.

팬데믹의 경제적 요체는 외부성이다. 외부성이란 나의 행동이 남의 후생에 금전적 보상 없이 영향을 주는 현상을 지칭한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이른바 ‘음의 외부성’이 발생한다. 음의 외부성이 있는 행위는 보통 ‘사회적으로 최적’인 수준보다 많이 발생한다. 각 개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비용(예컨대 감염)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팬데믹의 외부성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물리적·사회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남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염병 전파를 막을 뿐만 아니라, 팬데믹과 싸우는 의료 서비스의 붕괴를 막아준다. 한꺼번에 감염자가 폭증하면, 살릴 수 있는 환자도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해 대량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양의 외부성’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행위이다. 양의 외부성을 일으키는 다른 행위들이 그러하듯이, 사회적으로 최적인 거리두기와 개인으로서 최적인 거리두기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회의 처지에서 거리두기의 최적 기간이 3주라고 하면, 개인의 입장에서 최적 기간은 그보다 짧은 2주 정도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처지에서 사회 전체의 편익을 온전히 고려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이 취한 대규모 검사 정책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규모 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치료하는 정책은, 감염되었지만 여러 이유로 외부인들과 접촉하면서 활동하는 개인을 격리시킬 수 있다. 개인의 의사결정에만 맡겨두었을 때보다 효과적으로 전염병의 감염을 줄일 수 있다. 국가 개입을 통해 사회적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재정학에서는 양의 외부성이 있는 행위를 사회적 최적 수준까지 달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조금 지급을 제안하고 있다. 이 보조금의 목표는 최적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달성해서 사회 전체의 편익을 늘리는 것이다. 개인의 처지에서는 보조금을 받음으로써 좀 더 오랫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인을 갖게 된다. 따라서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요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최근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결정된 긴급재난지원금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마스크와 손소독제 구입, 자가격리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국민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보다는 재난지원금이라는 명칭이 당초의 목적에 맞다.

일각에서는 불황에 대응해 소비지출을 늘리기 위한 경기부양 수단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난지원금 같은 이전지출은 국민소득 계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소득 증가에 크게 기여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파르게 치솟는 코로나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이 엄청나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 소비가 급감하면서 총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공급자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야 하는 업종에서 수요 감소가 크다. 공급 측면에서도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상에 눕거나, 아픈 가족을 돌보거나, 확진자를 접촉해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의 사정으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긴다. 혹은 중간재를 공급받지 못해 완성재 생산이 어려워지는 기업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특징은 지금까지 발생한 다른 경제위기들과 달리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동시에 충격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위 〈그림 2〉에 나타나듯이, 지난 2월에 비해 3월의 취업자 수가 68만명 정도 줄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는 실물 부문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강의 충격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면 봉쇄조치를 취한 미국·프랑스·영국 등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덜 나쁜 수준이지만 그 충격은 우리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다.

재정정책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라지고 있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일자리 붕괴가 기존 사회안전망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면 복지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코로나 감염자가 갑자기 늘어나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이치와 같다. 재정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면 기존 사회안전망을 통해 실업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일자리 유지를 위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한다.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지원금으로 전환해주기도 한다. 한국도 유사한 정책을 펴고 있다. 대출받은 업체가 그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엔 결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정부 재정의 뒷받침이 없다면, 금융기관들이 민간기업에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들은 고용유지지원금 같은 재정지원을 통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코로나19도 다른 전염병처럼 극복될 것이다.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여러 번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한국이 회복되어도 세계경제 회복이 지체되면 한국 경제 역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그때까지 재정정책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동시에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태가 끝났을 때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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