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마에게〉를 관람했다. 시리아 내전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감독 와드 알카팁은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2012년부터 5년간 전쟁의 한복판, 알레포라는 도시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의 카메라를 통해 러시아 측 공습으로 살던 집이 무너지고 폭탄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들이 모자이크 하나 없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차라리 영화였다면 보는 것이 이토록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9년째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이 개입한 중동 패권 다툼의 대리전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사망자 40만명, 난민 발생 600만명. 숫자로 다가갈 수 없는 전쟁의 참상을 이 영화는 여성 그리고 아이의 시선에서 담아낸다.
공습, 폭격, 폭탄, 굉음. 일상적으로 거의 쓰지 않았던 단어를 지난해 예멘 난민을 취재하면서 듣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폭발음이 들렸다”라는 예멘인들의 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전쟁영화를 떠올렸다(중동의 패권 다툼은 시리아를 넘어 예멘으로 번지고 있다). 〈사마에게〉를 보고서야 전쟁의 굉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알레포에서 태어난 딸 사마는 공습으로 벽이 흔들리고 폭발음이 터져도 울지 않는다. 소리부터 냄새, 기억까지 발 딛고 있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삶에 대한 감각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62개나 받았다. 알카팁 감독은 “카메라를 든 건 그곳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은 자연스레 우리 곁으로 온 시리아인들로 옮아왔다. 2018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 출신 인도적 체류자 1177명, 그다음으로 예멘 출신 인도적 체류자 455명이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난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들은 왜 갑작스레 한국 사회에 등장했을까. 〈사마에게〉는 난민이 되기 전 그곳의 삶을 보여주며 이런 질문에 어느 정도 대답을 한다. ‘난민을 도와야 한다’고 설득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 존엄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폭격 먼지로 뒤덮인 하늘이 아니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딸의 이름을 ‘사마(아랍어로 하늘이라는 뜻)’로 지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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