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지도 갈무리연예인은 정신건강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아래는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예인 스스로 적극적인 자살 예방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대중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정서 문제는 악화된다. 결국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내기 힘들다.

자살 예방과 관련한 체계적인 관리는 연예기획사(기획사)가 해야 한다. 체계적인 관리는 단계에 따라 예방, 증상관리, 위기관리, 확산 방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획사는 연습생 시절부터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기적인 마음 검진과 마음건강 교육이 필요하다. 마음 검진은 정서적 취약성이나 현재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주기적으로 마음건강 교육을 받으면 스스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인식한다.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동료를 발견하고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연예인은 불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한다. 수면 습관이 무너지고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에도 취약하다. 스스로 예방과 관리를 잘해도 예기치 못한 사건에 극도의 우울감이나 불안을 경험한다. 이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통 연예인은 정신적 어려움을 감추려 한다. 기획사도 당장은 소속 연예인의 정신적인 증상을 부담스러워한다. 증상이 심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한 경우 1년 내에 80%가 다시 시도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면 전문적인 진료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살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베르테르 효과’는 일반 대중보다 가까운 연예인에게 큰 영향을 준다.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누군가의 죽음을 해방감으로 왜곡해 받아들인다. 극단적 비극은 예방해야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발생했다면 2차 영향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다.

현실은 어떤가? 대형 기획사에서만 사후약방문 식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연예인이 별도로 요청하거나 2차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전문 진료로 연결된다. 연계되는 전문가도 기획사에 전속되어 있지 않다. 외부 기관 소속이기에 부정기적으로 연결된다. 지속 관리가 어렵다. 당사자도 적극 이용하지 않는다.

연예인 자살자 ‘심리 부검’ 제도화해야

정신건강 전문가들 내부에서도 연예인 진료와 관련해 논쟁이 있다. 연예인은 비밀스러운 접근을 원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청을 난처해하거나 꺼린다. 그래서 기획사들이 정신건강 전문가 집단과 일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가들도 내부적으로 연예인 같은 특수 집단의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더 시야를 넓히면, 연예인의 정신적인 문제는 사회적으로 파급 영향이 크다. 특히 10~20대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동안 국내 자살률은 조금씩 감소하던 추세였다. 2018년 기준 국내 자살률은 전년 통계보다 9.5%가량 증가해 10만명당 26.6명이다. 한국은 OECD 자살률 1위 국가이다.

연예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정부 지원도 생각해볼 시점이다. 우선 정신건강 관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 연예인 자살이 발생하면 ‘심리 부검’을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심리적인 부검이란 자살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심리 부검 기관으로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있다. 소방공무원 등 특수 직업군에 대해 심리 부검이 진행 중이다. 연예인 직군도 정신건강 스트레스 취약군으로 분류해 심리 부검을 통한 전문적인 원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기자명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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