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세’ 도입 가능할까
  • 이상원 기자
  • 호수 624
  • 승인 2019.09.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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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튜브세’ 도입을 검토한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 수익의 2%를 창작지원금으로 걷어왔던 프랑스는 디지털세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EPA한 시민운동가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가면을 쓰고 디지털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유튜브세’ 도입을 검토한다.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의 매출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법제연구원에 해외 디지털세 동향과 그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과제 수행을 요청했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유튜브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 수는 2500만명에 달한다.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는 적수가 없다. 지난해 말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중 유튜브 사용시간 점유율은 86%다. 광고 매출 역시 막대하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유튜브는 인터넷 동영상 광고로 1169억원을 벌었다. 네이버의 이 부문 매출은 249억원이었다.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광고 외에도, 한국에서 구글은 웹페이지 광고료, 오픈마켓(플레이스토어)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그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는다. 지난해 이태희 국민대 교수(경영학과)는 최소 3조2000억원에서 최대 4조9000억원가량으로 가늠했다.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세금은 충분히 내지 않는다는 주장이 유튜브세 논의 배경이다. 2015년부터 정부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국외 사업자의 게임·음성·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부가세를 매겨왔다. 지난 7월1일부터는 그 영역을 클라우드·광고 게재 등에도 적용했다. 문제는 법인세다. 법인세법상 세금 징수 대상은 ‘국내 고정사업장’에서 벌어들인 매출뿐이다. 한국에서 올리는 구글의 매출은 대부분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지의 지사 서버에서 나온다. 이 국가들은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현저히 낮다. 매출은 한국에서 올리되 세금은 세율이 낮은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어비앤비 등 다국적 IT 기업 다수가 이 방법을 쓴다. 반면 사업장이 한국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훨씬 높은 비율의 세금을 낸다. 2016년 구글코리아가 과세 당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200억원 정도이다. 구글과 국내 매출 규모가 비슷하다고 알려진 네이버는 같은 해 4200억원을 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역차별’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시사IN> 제580호 ‘망 사용료 전쟁 IT 공룡 콧대 꺾을까’ 기사 참조). 변 의원은 다국적 IT 기업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법안들을 발의했다. 지난해 9월3일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는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도록 했다. 해외 기업들의 매출이 국내에서만 발생하도록 강제해 법인세를 거두는 방법이다.

변 의원은 유튜브를 방송사업자로 분류해 ‘방송사업자 분담금’을 물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29일 변 의원이 발의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 따르면, 과기부 장관은 OTT 사업자에게 전년도 방송서비스 매출액의 6% 내에서 분담금을 징수할 수 있다. 이 분담금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재원이 된다. 정부가 연구 수행을 요청해 검토 중인 유튜브세는 이쪽에 가깝다.

이 법안들이 인터넷의 장점을 흐리는 규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IT 업체의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하는 조치가 “감시와 검열을 피해 유통 경로를 정할 수 있는 특권을 걷어차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시사IN> 제587호 ‘인터넷의 선물을 걷어차버리나’ 기사 참조). 또한 박 교수는 해외 IT 기업의 국내 소득에 과세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본다. “소득세는 소득을 올리기 위한 행위가 어디에서 벌어지는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 구글·페이스북의 국내 소득에 대해 과세하려면 현대·기아 자동차의 미국 내 소득 과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 한국 혼자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서버 위치를 붙들고 늘어졌을 때의 결과는 뻔하다.”

반면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6월 한국법제연구원의 <법연> 2019년 여름호에 실린 ‘디지털세 도입 논의 시 고민해볼 점’에 이렇게 썼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 물리적 거점의 존재 없이도 상업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기존의 고정사업장 기준을 적용하여 거래를 구분하는 경우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EU 권역 내 일반기업의 법인세 평균 유효세율은 23.2%인 반면 디지털 기업의 법인세 평균 유효세율은 9.5%이다. 제조기업들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연합뉴스2018년 9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IT 공룡’ 감싸는 미국 반대가 장벽  

방송업계로서 OTT 업체들이 유튜브세 명목으로 방송사업자 분담금을 납부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방송사업자들은 분담금을 납부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분담금으로 조성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수익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방송 단체들은 그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임재주 수석전문위원은 변재일 의원 발의안 검토보고서에 방송협회, IPTV협회 등이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 “해외 콘텐츠사업자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고 적었다. “국내 업체 역차별 우려”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이들은 법을 바꾸더라도 국내 OTT 업체들에게만 통할 뿐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과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구글·페이스북 등 ‘IT 공룡’들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고, 미국 정부는 이들을 적극 감싼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한국 내에 IT 기업 서버를 두는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지난해 11월28일 열린 토론회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장애가 되는 데이터 현지화 규제를 피해줄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슈아 멜처 선임연구원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할 가능성이 높다. (…)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미 FTA 협정문 제12.5조에 따르면 “어떠한 당사국도, 국경 간 서비스 공급의 조건으로 다른 쪽 당사국의 서비스 공급자에게 자국 영역에서 대표사무소 또는 어떠한 형태의 기업을 설립 또는 유지하도록 요구하거나, 거주자여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다.”

매출 분담금 방안을 두고도 미국은 비슷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프랑스가 같은 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겪고 있다. 2017년부터 프랑스는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 업체 수익의 2%를 국립영상센터 영상 창작 지원금으로 걷었다. 사실상 ‘유튜브세’의 시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프랑스 의회는 디지털세 신설을 의결했다. 연 수익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프랑스 내 수익 2500만 유로(약 330억원) 이상인 IT 기업들이 프랑스 안에서 올린 연 매출액의 3%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법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머리글자를 따 ‘GAFA세’라고 불린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디지털세 도입을) 하지 마라. 만약 한다면 나는 당신들의 와인에 관세든 세금이든 매길 테니까’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10월부터 프랑스 내 협력업체들에 대해 수수료를 3% 올리겠다고 밝혔다. 영국·스페인·오스트리아 등 프랑스와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유럽 국가들 역시 차례로 갈등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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