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애용하는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의된다. 심지어 클라우드처럼 정보의 국외 이전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기술의 경우, 금융권에서는 아예 기술 전개 자체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등장한다. 이유는 명시적인 것과 암묵적인 것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해외 인터넷 업체가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으니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불법 표현물을 방치해도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내에서 돈을 벌어가는 해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려면 국내·국제 세법에 따라 이들의 ‘사업장’인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현재 망 사업자들이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엄청난 회선료를 받아가듯 해외 업체한테도 회선료를 ‘망 이용 대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러시아 수준의 ‘밀착 규제’ 원하는가
하나씩 얘기해보자. 첫째, 해외 업체에 대한 규제 권한부터 살펴보면, 필자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진행한 공익 소송 대다수가 개인정보보호권에 근거했다. 그러나 정보의 국외 이전 자체를 금지하거나 기술의 전개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은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개인정보 보호의 ‘골드 스탠더드’가 되는 유럽연합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도 역외 이전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정보 보관지의 개인정보보호법제가 적정한지 평가하여 적정성 판단을 받은 국가에 대해서는 정보를 자유롭게 이전하도록 한다. 서버를 국내에만 둬야 한다는 주장과는 큰 거리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 기업에 대한 막강한 규제권을 이미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차단 권한이다. 이미 수많은 해외 서버가 불법 정보를 국내에 유입한다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차단되었다. 이는 다른 산업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중국의 김치 업체가 위생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김치 공장을 국내에 둘 것을 의무화하는가? 그 중국 업체의 김치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면 그만 아닌가? 그 이상의 밀착된 규제를 하고자 하는 러시아나 중국은 서버의 국내 설치를 의무화한다. 우리가 이들 나라를 따라갈 것인가?
둘째, 해외 기업의 국내 소득 과세 문제를 따져보자. 기업은 전 세계에 재화와 용역을 수출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수출 기업은 외국에서 소득을 올린다. 그렇다고 해서 현지 정부에 소득세를 내지는 않는다. 소득세는 소득을 올리기 위한 행위가 어디에서 벌어지는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는 국제 세법의 상식이고 이중과세를 방지한다. 구글·페이스북의 국내 소득에 대해 과세하려면 현대기아자동차의 미국 내 소득 과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되는 ‘구글세’는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의 성격을 전제로 하고 새로운 국제 세법을 만들려는 OECD의 논의가 마무리돼간다. 그 와중에 한국 혼자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서버 위치를 붙들고 늘어졌을 때의 결과는 뻔하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것이다.
셋째, ‘망 이용 대가’ 문제다. 망 사업자가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지도 않는 해외 업체에 전화 회사처럼 정보 배달료를 받겠다는 욕심이다. 이는 인터넷의 구동 방식에 완전히 반한다. 해외에는 ‘망 이용 대가’라는 말 자체가 없다. 오직 자신과 직접 접속하는 망 사업자와 받는 접속료가 있을 뿐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유선 85%, 무선 100%를 과점하는 대기업 3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접속료를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받는다. 혹시 ‘망 이용 대가론’을 근거로 이렇게 받는다면 접속료부터 낮출 일이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초거대 기업들에게 시원하게 돈 좀 받아보자는 것을 말릴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하는 방식은 인터넷이 인류에게 준 선물, 즉 힘없는 개인들도 막강한 정부와 기업에 맞서 서로 정보를 모으고 나눌 수 있는 정보력과 홍보력, 그리고 감시와 검열을 피해 유통 경로를 정할 수 있는 특권을 걷어차버리는 것이다.
-
네이버 연관 검색어 둘러싼 연관 의혹들
네이버 연관 검색어 둘러싼 연관 의혹들
김연희 기자
“우리는 기술 플랫폼 회사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는 네이버를 ‘기술 플랫폼 회사’로 규정했다. 언론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해 10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
-
네이버 뉴스 폐지가 ‘댓글 조작’ 만병통치약?
네이버 뉴스 폐지가 ‘댓글 조작’ 만병통치약?
이상원 기자
‘드루킹’ 불똥이 포털사이트로 옮겨붙었다. 야 3당은 드루킹 김 아무개씨 등의 댓글 공감 수 조작이 네이버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4...
-
‘망 사용료 전쟁’ IT 공룡 콧대 꺾을까
‘망 사용료 전쟁’ IT 공룡 콧대 꺾을까
이상원 기자
“이번 행정소송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져서는 안 된다. 제대로 대응해서 이기도록 해달라(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리도 무리하지만 좋은 (법무)법인을 쓰고 있다(이효성 방...
-
KT 아현지사 화재는 무엇을 말하나
KT 아현지사 화재는 무엇을 말하나
김연희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지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층빌딩이 들어선 충정로 사거리에서 골목으로 빠지는 길목에 자리 잡은 6층짜리 건물이다. 겉보기에 왜소한 이 건...
-
법률보다 운영이 중요한 ‘규제 샌드박스’
법률보다 운영이 중요한 ‘규제 샌드박스’
이나래 (변호사)
지난 12월24일 기획재정부는 외국환거래 규정을 개정한다는 고시를 발표했다. ‘소액 해외송금업자’를 통한 송금액 연간 한도를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
-
‘유튜브세’ 도입 가능할까
‘유튜브세’ 도입 가능할까
이상원 기자
정부가 ‘유튜브세’ 도입을 검토한다.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의 매출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법제연구원에 해외 디지털세 동향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