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21
  • 승인 2019.08.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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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잔류자들
현무암·파이차제 스베틀라나 지음, 고토 하루키 사진, 서재길 옮김, 책과함께 펴냄

“국가는 그들을 잊었고 그들은 국가를 잊었다.”

북위 50°가 경계선이었다. 그 위는 러시아 영토였고 그 아래 남사할린(가라후토)은 일본 영토였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남사할린은 러시아에 귀속되었다. 이때 일본 본토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은 일본인들이 있다. 대부분 여성인데, 남편이 조선인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해 지워지고 잊힌 존재가 되어, 머나먼 타지에서 ‘잔류자’로 살았을 그들의 삶이 얼마나 신산했을지는, 짐작하는 대로다.  
두 저자는 이런 사할린 잔류 가족들을 찾아다녔다. 나중에 일본에 정착해 사할린을 완전히 떠났거나, 사할린을 떠나기는 했지만 자주 교류하거나, 안 떠나고 계속 사는 열 가족을 만났다. 한국·일본·러시아의 정체성이 혼재된 이들의 사진은 오사카 출신인 고토 하루키 씨가 찍었다.

 

 

 

 

모비 딕
크리스토프 샤부테 지음, 허먼 멜빌 원작, 이현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에이해브 선장이다.”

올해는 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그의 대표작인 <모비 딕>을 프랑스의 만화작가가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켰다. 강인하면서 광적이고 완고하며, 불가사의한 동시에 늙고 무력하고 유약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힌 에이해브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화가는 원작을 더욱 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대사를 줄이고 장면을 과감하게 그렸다.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눈을 클로즈업해 등장인물들의 격한 감정을 드러나게 했고 서사를 줄여 시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방식으로 1000쪽이 넘는 원작을 250쪽 분량의 그래픽노블로 재구성했다.
<르몽드>는 이 작품에 대해 ‘최근 만화로 각색된 작품 가운데 가장 품격 있는 그래픽노블’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클린 포어 지음, 이승연·박상현 옮김, 반비 펴냄

“지식 독점기업들의 핵심은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거르고 정리해주는 데 있다.”

 

 

 

 

 

페이스북 공동 창립자 크리스 휴스는 2012년 미국의 명망 높은 진보적 시사 잡지 <뉴 리퍼블릭> 을 인수한다. 저자는 새 소유주의 의욕적인 행보를 함께할 편집국장으로 취임하지만, 얼마 후 미디어 운영에 관한 의견 차로 사임한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바이럴에 집중한 경영진과 전통적인 저널리즘을 이어가려던 편집국의 대립은 크리스 휴스가 2016년 <뉴 리퍼블릭>을 재매각하며 종지부를 찍는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또 다르다. 저자는 이후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거대 테크 기업이 어떻게 인간의 지식과 정보를 통제하는지 분석했다. 이들이 지식재산권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이 편향된 정보를 취득하게 한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김영사 펴냄

“(르네상스 시대 군인 회고록의 저자들은) 하나의 현상으로서 전쟁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유발 하라리의 옥스퍼드 박사학위 논문을 번역한 책으로,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 등 ‘인류 3부작’의 선행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류 3부작에서 하라리의 주제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면, 이 책은 ‘나’ 혹은 ‘개인의 정체성’을 다룬다. 르네상스는, ‘역사’라는 것이 왕과 민족의 큰 이야기라는 개념으로 어렴풋이 자리 잡기 시작한 시대다. 그러나 하라리는 당시 전사들의 회고록이 인과율에 따라 큰 사건들을 재배열하는 역사 서술이 아니라 각자의 무용담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에서 왕조·민족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독립적 개인들의 정치적 급진성을 읽어낸다.

 

 

 

 

건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부키 펴냄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은 종양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다.”

건강검진 항목 중 유방 촬영은 욕이 절로 나오는 경험이다. 대부분의 검사가 존엄 따위 고려하지 않지만 유방 촬영은 특히나 그렇다. 유방을 두 개의 판 사이에 납작하게 욱여넣은 다음 전리 방사선을 쏜다. 단순히 ‘아프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몹시 아프다. 저자는 이를 “일종의 세련된 사디즘”이라고 표현한다. “덧붙이자면 전리 방사선은 유방암을 유발한다고 확인된 유일한 환경 요인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는 과잉 진단이라는 ‘유행병’에 걸려 있다. 젊음과 장수를 약속하는 많은 것이 결과적으로 죽음을 얼마나 굴욕적으로 만드는지 보여준다. 몸과 마음이 어떻게 ‘시장화’되었는지, 그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의료화된 삶’을 살고 있는지 파헤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전홍기혜·이경은·제인 정 트렌카 지음, 오월의봄 펴냄

“나는 ‘서류 고아’였다.”

1979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담 크랩서의 양부모는 그를 학대했다. 16세에 두 번째 양부모에게 버려져 노숙자로 살았고 21세인 2016년 한국으로 추방당했다. 그는 올해 초 한국 정부와 입양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53년 국제 입양이 시작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의 국제 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다. 70년간 아동 20만명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국제 입양은 국가의 강력한 의지가 개입된 사업이지만 책임에선 비켜나 있었다. 사실상의 권한과 책임을 민간 기관에 미뤘다. 입양인과 입양 부모 뒤에 숨은 국제 입양의 적극적인 행위자 ‘국가’를 고발하고 있다. 입양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것을 책 속의 사례들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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