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이희옥(왼쪽)·은종학 교수는 중국에 대해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이 만연하다고 지적한다.

이희옥 교수(성균관대·중국정치)는 중국 정치 분야 전문가이며, 은종학 교수(국민대·국제학부)는 중국 경제 분야 전문가다. 두 사람이 12월2일 〈시사IN〉 회의실에서 박형숙 기자의 사회로 중국 개혁개방 30년 이후 정치·경제와 ‘차이나 리스크’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두 교수는 중국의 위기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 차이나 리스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희옥 교수(이):리스크(risk)라고 해서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아직 우리는 중국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위기라는 게 위기관리 능력과 함께 봐야 하고, 위기가 동시에 오는 건지, 순차적으로 오는 건지에 따라 달라지니까.

은종학 교수(은):나는 ‘리스크’란 말은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부정적 표현에 해당하는 말은 크라이시스(crisis)다. 현재 중국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전면적인 크라이시스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
지난 10년 동안 다종다양한 언론이 중국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 좋을 때는 긍정적으로 추어올리다가, 조금 나쁜 징후가 보이면 막 끌어내린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 내부를 보듯이 섬세하게 봐야 한다.

:중국을 오해하는 사례 중에 하나가 중국 위협론이다. 오바마의 미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해놓고, 우리도 중국을 한반도에서 위협으로 상정하곤 한다. 정치학에서는 위협이라는 말을 방정식을 만들어 정의한다. ‘능력×의도+인식=위협’이라는 식이다. 주변 국가를 위협할 능력이 있어도, 실제 위협할 의도나 인식이 없으면 제로가 된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과연 주변을 위협할 의도가 있을까. 오랜 역사적 기억 때문에 우리가 한반도에서 중국 위협을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위협론을 잘못 따라가면 미국이 만든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중국에 대한 잘못된 위협론 중 이런 게 있다.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 갑자기 늘어났다. 100% 늘고, 150% 늘어난 해도 있었다.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이걸 보고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가가 된다든지, 중국이 북한을 장악하려 한다거나 이렇게 보는 보도가 나왔다.
실상은 어떠냐면, 중국 외교가 지역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국 관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북한뿐만이 아니라 몽골, 파키스탄, 베트남 등 주변 14개 국가와 무역량이 다 늘어났다. 그것도 폭발적으로. 우리가 보면 북·중 무역이 활발해진 것이지만 중국 처지에서 보면 그냥 북한은 중요한 주변 국가 중 하나일 뿐이다.

:정치적 위협론이 과장된 것처럼 경제적 위협론도 과장돼 있다. 중국 경제가 부상하는 것을 보고, 우리 기업 경쟁력이 잠식된다거나 우리 경제가 밀린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중국 경제 발전 과정은 일본이 전후 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했던 경로와는 다르다. 일본은 기업이 자기 스스로 성장을 한 경향이 강하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 편입되어 발전했다. 예를 들어 IT 분야라고 하면, 일본이나 미국에서 핵심 부품을 만들고 중국은 최종 조립을 하는 식이다. 
전통적인 경제학 틀로 중국을 보면 안 된다. 국가 레벨로 보지 말고, 기업 레벨에서 보면 중국은 ‘국제경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마치 중국의 것처럼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경제가 다 중국의 파워가 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 중에 상당수는 한국 관련 기업이 사는 거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간 수출입 총량에만 주목하는 전통적인 국제무역관은 중국 관련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시사IN 윤무영“경제학 교과서, 정치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 중국과 같은 경로로 발전한 나라가 없었다.”“중국에 민주주의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당내 민주주의, 촌민위원회 선거 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희옥 교수 (성균관대·중국정치)

:경제 교과서뿐만 아니라 정치학 교과서도 새로 써야 한다. 전통 국제정치학으로는 지금 수준의 중국이라면 주변국을 제압하려 하고 위협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런 경로로 발전한 국가가 전에 없었다. 사회주의가 망한 경로는 있는데 흥한 경로가 없지 않은가. 또 민족 경제가 이렇게 세계 경제로 편입된 나라도 없었다. 한 번도 걸어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나라를 설명할 수 있는 틀이 없었던 거다.

○ 중국은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현재 세계 시장은 중국과 미국의 두 ‘불균형의 축’에 기댄다. 중국은 열심히 생산하고 미국은 열심히 소비하고…. 이런 불균형 경제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하냐 하는 것은 논란거리다. 미국은 소비만 하면서도 국제 금융을 장악하는 힘으로 버텼다. 심지어 중국이 수출 많이 해서 번 돈을 도로 미국 금융기관에 맡길 정도니까.
그런데 지금 미국 금융의 거품이 터지고, 위기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 중국은 자유롭냐 하면, 상대적으로 금융위기 여파에 타격이 덜하긴 하지만, 미국·유럽 사람들의 소비가 줄면 중국이 받는 타격도 클 것이다.
2007년에 중국 주식시장이 과열됐다. 주식 계좌가 1억3000만 개가 넘었으니까, 단순 계산하면 열 명에 한 명이 주식 투자 계좌를 연 것이다. 그게 지금 와서 계산하면 한 20조 위안(4000조원)이 날아갔다. 최근 중국 정부가 철도에 4조 위안을 투자한다고 내수 진작이라고 해서 기대가 많다. 그런데 1년 사이 주식으로 날아간 국부가 20조 위안이니까 그 규모가 엄청난 거다.

:중국 정부가 지금 내수를 진작시키려 한다. 그 방법으로 내륙 지방, 농촌 지방 경제를 발전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중국 개방개혁 30년 동안 1호 문건이 열 번 정도 나왔다. 그런데 2004년부터 지금까지 5년 연속으로 농촌 문제가 1호 문건이었다. 중국 정부가 소득격차 확대를 줄일 방법으로 농촌에 정책적 역량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도시 노동자들이 농촌으로 회귀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농촌으로 돌아갈 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구이저우(貴州)성이나 쓰촨(四川)성은 몰라도, 광저우(廣州)성은 농촌으로서의 모멘텀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

:농촌 개발로 내수 부흥을 시도한다는 데 동의한다. 10년 전에도 내수 진작 시도가 있었다. 그때는 주택·의료·교육, 이런 데 국민이 소비를 하도록 유도했다. 부동산을 산다든가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경기 부양 카드를 다 썼다. 그래서 남은 게 농촌 경제 살리기다. 그런데 문제는 농촌은 도시처럼 정책 효과가 쉽게 안 나온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도시 건설 논쟁이 있었다. 특대도시, 대도시, 중소도시, 소도시. 어떤 도시 유형을 건설하는 게 중국 현실에 더 부합하느냐 하는 논쟁이었다.
소도시를 건설하면 자족도시가 될 수 없다. 중소도시나 대도시를 키우면 사람들이 오히려 특대도시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호구(호적)제도가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철도 인프라다. 내륙에 철도 교통망이 깔리면 농촌 개발과 중소도시 개발이 같이 된다. 철도 건설 계획이 갑자기 내수 진작 카드로 나온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던 거다. 중국이 정책 수단을 적시에 쓰는 면이 있다. 

:외국의 정책을 논할 때는 국내 정책을 이야기할 때보다 좀 후한 마음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좀 삐딱하게 보자면 중국의 내수 진작 방향은 동의하지만 과연 성공할지 낙관하기는 힘들다. 먼저 세계 어디서나 경제는 해안 지역에서 발달하는 법이다. 미국도 그렇고. 내륙 개발이 쉽지 않다. 또 재정 확대 효과는 돈이 잘 흘러 내려가는 게 관건인데, 지금 중국은 돈을 뿌리면 민영·민간기업으로 가는 게 아니라 국영·관영·공영기업으로 돈다.
나는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일궈온 양적 팽창의 그늘에 있는 흠집을 고르라고 하면 민영기업 역량 부족을 꼽는다. 중국 민영기업은 아직도 탄탄한 발전의 궤도 위로 진입하지 못했다. 중국은 민영기업의 잠재력을 현실로써 일깨우고 그들의 역동성을 국가발전의 엔진으로 삼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는 국가부문을 확대하고 오히려 민영기업을 위축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본다.

:실업이 중국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1% 감소하면 실업이 1200만명 정도 생긴다는 연구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금 중국 지니계수가 최대 0.5 정도로 본다. 중국에서 ‘집단시위’라고 하면 50명 이상을 기준으로 잡는데, 2005년도 중국 공식 통계로 8만 건 보고됐다. 지금은 추산하건대 10만 건 이상일 것이다. 대부분 농촌에서부터 출발한다. 
덩샤오핑이 주창한 선부론은 ‘온 인민이 한솥밥 먹어왔던 중국 전통’을 깨는 것이었다. 30년간 불균형 성장을 하는 동안 사회주의 공산당 정체성은 다 무너지고 남은 것이라고는 일당 체제 하나밖에 없다. 이 마당에 경제가 무너지면 사회주의 정당성의 위기가 생긴다. 개혁개방 30년의 성과가 일거에 무너진다.

 

 

ⓒ시사IN 윤무영“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 중에 상당수는 한국 관련 기업에서 사는 거다.”“지난 30년 동안 중국 국영 기업이 크게 발전했지만, 민영 기업의 역동성은 여전히 부족하다.”은종학 교수 (국민대·중국학)

:이 부분은 중국 정부가 대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소득 격차에 따라 정치적 인식 격차도 생겨나고 있다. 마치 한국에서 지지 정당에 따라 세계관이 다른 것처럼, 성장론자와 분배론자 사이에 갈등도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 정치 통합에 관한 문제다. 공산당 아래서 민주주의가 가능하냐는 논쟁이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일당 체제에서 당내 민주주의를 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요즘 중국에서 네 가지 유형의 민주주의 실험이 이뤄졌다. 첫째, 전인대 선출 때 차액선거를 확대하는 방식, 둘째, 향과 진의 향진장 선출 시범 선거. 셋째, 촌민위원회 선거가 있고, 넷째, 도시의 사구 선거가 있다. 이 중에서 촌민위원회 선거 같은 경우에는 공산당 권력을 내주면서 대중의 참여를 이끄는 효과가 있다. 이런 민주주의 실험을 과대 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과소 평가할 수 없다.
공산당에서의 당내 민주주의 꽃은 뭐냐 하면 지도부 경선이다. 아직 리커창(李克强)하고 시진핑(習近平)이 차기 지도자로서 경쟁 중이라는 설이 많다. 당내  정치 경쟁을 통해 민주주의 실험이 이뤄지는 징후가 포착된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강자 패권을 쥘 수 있을까? 한국은 차이나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국 공산당의 목표가 건국 100주년인 2050년까지 중등 수준의 국가를 건설한다는 거다. 이때가 되면 선진국 문턱에 가까이 간다. 아직 세계적 수준에서 패권국가가 되는 것은 어렵다. 군사력에도 한계가 있고, 항모 하나도 건조하지 못하는 국가다.
아직 미국처럼 글로벌한 패권을 펼치기 힘들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아시아에 투사하려고 한다. 아세안+3, 6자 회담을 동북아 다자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은 이런 목표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세심하게 읽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언론이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잘못 요약하거나 하는 것들은 안 하느니만도 못하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결합도가 높은 거다.
앞으로는 대중 무역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산업이나 흐름의 변화를 잘 따지고 세심하게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외교 문제를 보면,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종속변수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한·미 관계라는 트랙과 한·중 관계라는 트랙을 별도로 돌리면서 교집합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지 않고 이 틀을 한·미 동맹이라는 틀 속에 가두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예를 들어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을 보면 다 경제이고 정치 내용이 빈곤하다. 노무현 정부 때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비핵 개방 3000은 물론이고 상생협력에 대한 합의도 못했다.

 

 

기자명 정리·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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