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신용평가 회사를 파헤친 검사는 스타가 됐다. 왼쪽부터 마크 단 오하이오 검찰청장, 리처드 블루멘털 코네티컷 검찰청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청장.

영화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덴트 지방 검찰청장은 고담 시 마피아를 소탕하면서 베트맨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린다. 미국 지방 검찰청장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종종 ‘공공의 적’을 때려잡으며 민심을 얻는다. 요즘 미국 각 주정부 검찰청에게 공공의 적은 바로 무디스·S&P·피치와 같은 신용평가 회사들이다.
검찰 수사는 미국 의회가 청문회를 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이 시작된 지난해 여름부터 오하이오, 코네티컷, 뉴욕 주 등에서 검찰은 이들을 압박했다.

오하이오의 스타 검사는 마크 단 검찰청장이다. 2007년 6월 오하이오 검찰은 신용평가 회사들이 부실한 모기지채권 파생 상품에 후한 점수를 주고 대가를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마크 단 검찰청장은 “수사를 하면 할수록, 이 회사들이 (금융위기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투자 부적격 채권에 AAA 등급을 매겨 반대 급부를 얻었다. 이런 AAA 남발이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금융 사기를 돕고 부추겼다”라고 말했다.

코네티컷 주에서는 리처드 블루멘털 검찰청장이 나섰다. 2007년 10월10일 코네티컷 검찰은 소환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블루멘털 검찰청장은 “신용평가 회사들이 담합 행위를 하거나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나쁘면 돈을 빌릴 수가 없다. 우리 수사진은 신용평가 회사가 등급을 매기면서  불공정하게 권한을 남용하지 않았는지 살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뇌물(solicited·좋은 등급을 매긴 대가로 뒷돈을 요구)과 협박(notching·신용평가회사의 특정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등급을 내리겠다고 위협)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블루멘털은 “이에 관한 믿을 만한 보고서와 증인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 회사 “아무런 문제 없다”

뉴욕 주에서는 앤드루 쿠오모 검찰청장이 떴다. 맨해튼이 관할 구역인 그는 2007년 8월 S&P와 피치 본사를 압수 수색했고, 법원으로부터 소환장을 받아 신용평가 회사 임원을 심문했다. 이들 신용평가 회사는 투자 부적격인 부실 채권 등급을 미국 국채 수준으로 매겨줬다. 2008년 6월 쿠오모 검찰청장은 3대 신용평가 회사가 서로 담합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검찰과 의회에 쫓기는 신용평가 회사들은 시간끌기 작전을 쓰고 있다. 무디스·S&P·피치 등 신용평가 회사는 “등급 평가 방식은 공정하며, 협상의 여지가 없다”라거나, “자체 조사를 해본 결과 아무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때문에 시급한 일이 많아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연기 신청을 내는가 하면, 주마다 비슷한 소송이 섞여 있어 관할권 조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재판 중이다.

월가 비리에 손을 댄 검찰의 뒤끝이 꼭 좋았던 것은 아니다. ‘월가의 저승사자’라고 불렸던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 검찰청장은 뉴욕 주지사에 당선했다가 비밀 매춘 클럽에 가입한 사실이 밝혀져 올해 3월 사임했다. 마크 단 오하이오 검찰청장 역시 직속 부하가 다른 여성을 성희롱한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두 사람은 모두 민주당원이었다. 두 검사 옹호론자들은 그들이 월가 ‘큰손’의 폭로 공작에 휘말렸다고 주장한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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