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최근에는 대해적 작전도 활발하다. 위는 2006년 4월 동원호(작은 배) 피랍 때 CTF-150 소속 네덜란드 군함이 추격하는 모습.

10월29일 군 해외 파병에 관한 두 가지  뉴스가 동시에 나왔다. 하나는 이라크에 파병한 자이툰 부대가 오는 12월20일께 완전 철수한다는 국방부 공식 발표였다. 또 하나는 소말리아에 군함을 파견한다는 소식이었다. ‘정부 관계자’(실은 외교부)를 인용한 보도였으나, 같은 날 국방부는 확정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아무튼 정부는 소말리아 파병 예비 단계로 정부합동실사단 11명을 현지에 보내 10월27일부터 31일까지 조사를 맡겼다. 만약 파병이 공식 결정된다면 내년 초쯤 충무공 이순신함급(4500톤) 한국형 구축함(KDX-Ⅱ)이 소말리아 해역으로 떠나게 된다. 한국 해군에는 이순신함급 구축함이 여섯 대 있다.

파병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다. 그간 소말리아 해적들이 동원호, 마부노호, 브라이트루비호 등 한국 선원이 탄 배를 납치할 때마다 피랍자 가족과 국민은 애가 탔다. 다행히 모두 풀려났지만, 석방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지출됐고 고초를 겪은 선원은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해적을 잡는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드물다. 다만 파병을 결정하기 전에 파견 군함의 정확한 임무와 활동 범위를 밝힐 필요는 있다. 외교부는 파견 함정이 소말리아 해역에 독자적으로 활동하는것이 아니라 다국적 연합해군사령부의  CTF-150 그룹에 배속되기를 원한다. 정부합동실사단이 사흘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방문한 곳은 바레인과 지부티였다. 바레인은 미군 5함대 사령부 본부가 있는 곳이고, 지부티는 CTF-150의 군수물자 기지가 있는 곳이다.

도대체 CTF-150은 어떤 조직일까. 해군 역사학자 킷 보너에 따르면 “CTF-150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강력한 해군 조직”이다. 2002년 창설된 CTF-150은 미군 5함대 사령부 예하 연합해군사령부(CMF) 산하의 3개 그룹 중 하나이다(아래 표 참조). CTF-150에 군함을 파견한 나라는 네덜란드, 영국, 파키스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 10여 개국이다.

 파견 군함으로는 FS구에프라테(프랑스 3200톤), FGS엠덴(독일 2950톤), ITS유로(이탈리아 2530톤), PNS티푸 술탄(파키스탄 3250톤) 등이 있다. 여기에 현재 지부티에 주둔한 미국 해병 1800명과 미군 함정 라미지(6794톤), 벙커힐(최대 9957톤)도 CTF-150 작전 병력으로 분류된다.
연합해군사령부 사령관은 미군 5함대 사령관 윌리엄 고트니 제독(중장)이 겸한다. CTF-150 그룹 사령관은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맡는다. 현재는 덴마크 왕실 해군의 페르비굼 크리스텐센 제독이 지휘하고 있다. CTF-150의 작전 범위는 아덴만, 오만만, 아라비아해이며 넓게는 인도양까지 포함된다(63쪽 지도 참조).
 

ⓒ포토서치다국적 해군 연합 CTF-150의 주요 임무는 대테러 작전이다.

여기서 정부합동실사단이 챙겨야 할 것은 CTF-150의 활동 목적이다. 미국 해군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공식 문서에 따르면 CTF의 창설 목표는 미국이 추구하는 ‘항구적 평화 작전(OEF)’을 돕는 것이다. ‘항구적 평화 작전’이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미국이 벌이는 모든 테러와의 전쟁을 통칭하는 작전명이다. 이 중 소말리아의 경우는 ‘아프리카의 뿔 평화 작전 (OEF-HOA)’이라고 한다.

CTF-150은 이  OEF-HOA 임무 수행과 관련한 해상보안활동(MSO)이 주요 임무다. 미국 해군 자료에서 CTF-150의 임무 가운데 해적 소탕을 명기한 것을 찾기는 힘들다. 반면 CTF-150의 임무를 ‘대테러 작전’이라고 규정한 문서는 넘쳐난다. 대테러 작전에는 테러 조직에게 물자를 건네는 의심 선박을 나포하고 수색하는 일 등이 들어 있다.

세계인 모두가 공감하는 해적 진압 작전과 달리 대테러 작전에는 이데올로기가 섞여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소말리아의 이슬람 반군을 알 카에다와 연결된 테러 조직으로 본다. 2007년 6월 미국 군함이 소말리아의 이슬람 반군 기지를 폭격한 일이 있었다. 외신은 이 군함이 CTF-150 연합군으로 활동한다고 보도했다. 소말리아 내전에 CTF-150은 종종 동원된다. 예를 들어 라스캄보니 전투 당시 CTF-150은 해상 봉쇄 작전에 참여했다. 이슬람 세력이 소말리아에 출입하는 것을 막고, 무기나 물자가 공급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임무였다.

물론 최근 들어 CTF-150의 대해적 작전이 활발한 것은 사실이다. 2007년 3월 CTF-150은  유엔 세계식량계획 요청을 받고 호위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지난 9월 CTF-150 사령선인 덴마크 군함이 해적 10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적 소탕에는 한계가 많다. 2006년 4월 한국 선적 동원호가 해적에게 납치될 때의 일이다. 구조 요청을 받은 CTF-150 소속 미국 군함과 네덜란드 군함이 추격했다. 하지만 두 군함은 해적이 인질극을 벌이자, 동원호가 끌려가는 것을 눈앞에 보고도 결국 추격을 포기했다. AFP는 10월 “외국 군대가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는 데 무력하다”라고 보도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독자 작전을 벌이는 나라도 많다. 러시아는 별도로 자국 군함을 파견하고 있다. 올해 9월 민간인을 태운 프랑스 요트가 해적에게 납치되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구출 작전을 벌이라고 지시했다. 프랑스 특수부대는 다행히 해적을 진압하고 인질을 구출했다. 그 구출 작전에 동원된 프랑스 군함은 CTF-150에 배속되지 않은 쿠베(F712)호였다.

인도는 최근 자국 선원 18명이 해적에게 납치되는 일이 발생하자 북오만 살라라 항에 자국 군함을 파견했다. 인도 정부는 CTF-150에 참여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어” 주저하고 있다. 인도는 인도양 인근의 국가를 모아 연합군을 꾸리는 대안을 모색한다.

“해당국 동의 없는 강제 작전 동원 없다”

바레인에 있는 미 5함대사령부에 CTF-150의 임무를 직접 문의해봤다. 공보담당 제인 캠벨은 “CTF-150의 주요 임무는 해상보안활동이고 여기에는 대 테러 작전과 대 해적 작전이 다 포함된다. 모두 이 지역의 위험요소를 억제하고 안정시키는 활동이다. 또 CTF-150에 참여한 군함을 해당국 동의 없이 강제로 미군의 작전에 동원하는 일은 없다. 모든 작전은 참여국과 협의 아래 진행된다”라고 답했다.
한국 군함이 CTF-150 활동을 병행하면서 상황에 따라 독자 작전을 펼 여지는 있다. 프랑스 예를 들자면, 올해 4월 자국 배가 해적에게 납치되었을 때, 연합사령부에 배속된 함정 FS부랑을 따로 빼내 해적 추적 작전을 벌였다.

한국 해군 혼자서 해적을 상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군과 협력하는 게 불가피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함정 파견 계획을 세우면서 미군과 작전의 범위와 정확한 역할을 따질 필요가 있다. 해군 함정 하나를 아프리카에 보내는 데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10월30일 외교부 관계자는 파견 군함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질문에 “아직 파병 여부 자체가 결정되지 않았다. 실사단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논의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포토서치소말리아 파병이 공식 결정된다면 충무공 이순신함(위)과 같은 KDX-Ⅱ급이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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