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시상식이나 연말 방송사 시상식을 보면 수상 지명을 받은 연예인이 깜짝 놀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 최근 독일에서 있었던 소동을 생각하면, 미리미리 수상 여부를 알려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EPA/font〉공로상 수상을 거부한 독일 평론가 라니츠키.

10월11일 독일 쾰른에서 〈독일 방송대상〉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연말 방송대상에 비견될 만한 이벤트라 시청률도 높다. 이날 독일 원로 문학평론가 라이히 라니츠키(88)가 ‘공로상’ 수상자로 뽑혔다. 박수와 함께 연단에 오른 라이히 라니츠키는 “이런 어리석은 쇼 대열에 나는 끼지 않을 것이다”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난리가 났다. 그는 “내가 수상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혹시 상금을 주었다면 반환하겠다”라고 말했다.

‘문학계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라이히 라니츠키는 1988년부터 도서 안내 프로그램인 〈문학 4중주〉를 진행해왔다. 13년간 장수한 프로그램이다. 라니츠키가 수상을 거부한 것은 아마도 오락물이 넘치는 요즘 텔레비전 풍조가 못마땅해서인 듯하다.

‘방송 사고’를 안방에서 생생히 지켜본 독일인은 충격을 받았다. 특집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덕에 라이히 라니츠키는 독일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고, 방송대상이 열린 도시 쾰른도 3위를 기록했다.
 

ⓒAP Photo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도 수상 소식을 듣고 놀랐다. 그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블로그에 쓴 첫마디는 “여러분, 저에게 오늘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였다. 그의 블로그는 언제나 해학과 재치로 넘쳐난다. 10월18일 블로그에 오른 글을 하나 소개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오늘 아침 왈 “장기적으로 보면(In the long run), 우리 미국인은 경제가 다시 회복된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찍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 왈 “이런 ‘장기’라는 말은 현실을 오도하는 단어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죽고 없다.”〉

폴 크루그먼은 타이완 3위, 미국 5위, 홍콩 8위, 인도에서 18위 검색어로 올랐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폴 크루그먼의 유일한 공통점은 이번 주 인기 검색어라는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을 폴 크루그먼이 알았다면 “이 어리석은 쇼 대열에 나는 끼지 않을 것이다”라며 검색어 순위 진입을 거부하지 않았을까. 10월11일 싱글 〈우머나이저〉 뮤직비디오를 발표한 브리트니는 과테말라에서 6위였다. 우머나이저는 인도네시아 2위, 덴마크 10위, 말레이시아 11위, 아르헨티나 17위였다. 이 곡으로 1999년 이래 처음으로 정상을 탈환한 그녀는 인기 주기가 한국의 경제위기 주기와 닮았다.
 

ⓒReuters=Newsis10월14일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맥북을 소개하고 있다.

10월14일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서 신형 노트북 맥북 출시 설명회가 열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CEO인 스티브 잡스가 직접 제품을 소개했는데, 53세인 그는 다소 수척해 보였다. 그 때문인지 이후 심장마비로 위독하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나돌았다.

 자료 정리:길다영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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