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자유롭게 뛰노는 고래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른 뒤, 곧장 항구로 돌아와 식당에서 고래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는 무엇보다도 돌고래의 고통에 주목한 책이다. 〈고래의 노래〉를 통해 이 거대한 해양 생물이 지구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여실히 밝혔던 저자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야생방사 프로젝트’로 범위를 좁혀 더 깊이 우리의 치부를 드러낸다.

돌고래는 해양 생물 중에서 특별히 똑똑한 존재로 인정받았다. 다양한 음파로 소통하며 호기심도 많고 이해력도 뛰어난 동물로 주목을 끌었던 것이다. 인간은 이런 돌고래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고 치장된 ‘돌고래 쇼’가 바로 그것이다.

‘쇼’를 위해선, 상식을 깨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돌고래들을 생포하여 옮기고 가둬서 길들여야 한다. 푸른 바다를 누비는 ‘야생의 몸’에서 죽은 물고기를 먹는 ‘수족관의 몸’으로, 그리고 다시 사육사들의 명령에 따라 묘기를 하는 ‘돌고래 쇼의 몸’으로 바뀌는 동안, 돌고래는 마음까지 만신창이가 된다. 좁은 수족관에서의 속박을 받아들여야 하고, 쇼에 등장해선 수많은 사람들의 소음을 견뎌야 한다. 절망의 연속이다.

이 책에는 또한 인간과 돌고래의 만남에서 가장 불행한 순간과 가장 행복한 순간이 담겨 있다. 일본 와카야마 현 다이지 앞바다는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돌고래가 흘린 피로 붉게 물든다.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돌고래 학살을 즐기는 것이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베이 몽키마이어에선 돌고래들이 먹이를 주는 인간들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다. 비스듬히 불편한 자세로 헤엄치며 수면 위로 눈을 내놓고 인간들을 관찰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남종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하는 돌고래들은 인간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이 책에는 돌고래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를 원래 그들의 서식처인 제주도 바다에 방사하는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불법으로 돌고래를 포획하고 유통시킨 자들에 대한 재판을 비롯해, 돌고래 쇼를 벌이는 시설의 안팎과 야생 남방큰돌고래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제주도 해안까지 모두 발로 누비며 취재했다. 여기에 고래 야생 방사에 대한 국외 사례들도 확인하고 답사하여 시야를 넓혔다.

남방큰돌고래 야생 방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비봉’이라는 돌고래가 아직 제주도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는 과정 역시 저자의 새로운 책으로 치열하게 만나고 싶다.

기자명 김탁환 (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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