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해외 도서전에 가는데 제 맘에 딱 맞는 그림책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캐나다 출판사 ‘400번의 구타’ 대표 시몽은 그림책 마니아입니다. 또한 시몽은 그림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어주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저는 시몽에게 정말 재미있는 책을 보여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그러자 시몽이 그림책 한 권을 내놓았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책을 펼치자 온갖 등장인물이 가득 찬 공원이 나타났습니다. 시몽은 제게 한 사람을 선택해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맨 왼쪽 하단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걷고 있는 할머니를 가리켰습니다. 시몽이 책장을 넘겼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등장인물을 따라 열두 장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드라마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시몽에게 당장 이 책을 계약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몽은 빙긋 웃으며 그 책은 자기네 책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바로 그 책이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입니다. 스페인의 SM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한국 사람인 제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캐나다 사람 시몽으로부터 소개받은 것입니다. 붉은 물고기는 스페인의 공원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헤엄치며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한국에 돌아와서 벌어졌습니다. 스페인어판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받고 보니 커버 안쪽에는 편지 한 통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책 속 등장인물에 관한, 일곱 편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문학작품이었습니다. 바로 이 책의 기획자이자 글 작가인 곤살로 모우레의 작품이었지요.
알리시아 바렐라가 그린 그림 열두 장과 곤살로 모우레가 쓴 글 일곱 편이 만나 한 권의 아름다운 그림책이 만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은 사람들 사이를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곧 붉은 물고기는 사랑의 기적을 일으킵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눈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몸에 있는 눈이고 또 하나는 우리 마음에 있는 눈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진심은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이와 앞을 볼 수 있는 이가 함께 그림책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에 담긴 진심은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소원을 한 가지씩 말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앞을 보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린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일이 잘되는 게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에는 곤살로 모우레와 알리시아 바렐라의 진심이 보입니다. 곤살로 모우레와 알리시아 바렐라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랑의 기적을 믿습니다.
-
웃다 지칠 무렵 뭉클한 신호가 온다
웃다 지칠 무렵 뭉클한 신호가 온다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책을 고르는 기준은 딱 두 가지입니다. 웃기거나 찡하거나. 사랑하는 그림책들은 두 줄로 정렬이 가능합니다. 바로 웃기는 그림책과 울리는 그림책이지요. 웃기는 그림책들의 맨 앞에 ‘...
-
늙은 오필리아의 주름진 얼굴에 찬사를
늙은 오필리아의 주름진 얼굴에 찬사를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오필리아, 그림자, 극장. 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단어들이 있을까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본 사람들은 오필리아를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작품 안...
-
눈 내리는 밤 시는 그림이 되었다
눈 내리는 밤 시는 그림이 되었다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눈 내리는 저녁 숲에서 (로버트 프로스트 시, 이루리 옮김) 이게 누구네 숲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그는 지금 마을에 살아, 내가 여기 있는 줄도 모를 거야 눈 덮인 자기 숲을 보...
-
‘진짜 시’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진짜 시’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장일호 기자
술자리가 길어지던 지난겨울 어느 밤이었다. 박지홍 봄날의책 대표가 대뜸 “우리도 세계시인선을 내려고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타박을 이었다. “한국 시집도 안...
-
“비는 왜 와요?” “새들이 울어서…”
“비는 왜 와요?” “새들이 울어서…”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바닷가 유치원’에서 엄마와 꼬마가 나옵니다. 엄마는 노란 우산을 썼고 꼬마는 노란 비옷을 입었습니다. 길가 단층집 마당에서는 아주머니가 널어놓은 빨래를 걷느라 바쁩니다. 꼬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