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정의롭고 평등한 이미지의 복지국가로 통한다. 이주민 통합정책에 대해 다문화 사회 통합 성과를 7개 영역, 4개 하위지수로 구성한 이민자통합정책지수(Migrant Integration Policy Index:MIPEX) 결과를 보면 스웨덴은 조사 대상 38개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한다. 이뿐이 아니다. 유엔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6 세계행복보고서’에서 10위를 차지했다.

스웨덴 하면, 남녀 양성평등과 민주주의가 매우 고도로 구현된 복지사회, 타 문화에 가장 관대한 사회, 난민을 유럽에서 가장 많이 받은 사회, 인종차별 방지 정책이 잘 구현된 사회를 떠올린다. 스웨덴 집권당인 사민당이 추구한 인민의 집, 즉 폴크헴메트(Folkhemmet)라는 스웨덴식 복지 모델 덕이다. 1934년 사민당 정치인 페르 알빈 한손이 도입한 이 스웨덴식 사회 평등과 정치 모델은 공공 지출에 국가의 재분배 기능을 강조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AP Photo스웨덴 시민들이 스웨덴민주당의 인종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스웨덴을 있게 한 바로 이 모델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문화정책 연구자 라술 네야드메흐 씨는 “최근 이민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생긴 다문화 사회 현상이 스웨덴식 단일 문화 복지 모델에 도전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회통계는 사회정의와 양성평등에 자부심이 대단한 스웨덴 사람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스웨덴 칼스타드 대학의 연구자 토비아스 휴비넷 씨는 스웨덴 통계청 및 OECD에서 발표한 통계를 분석했다. 그의 연구는, 가장 평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극화된 이주민 통합정책 지수 1위 나라의 이면을 드러낸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 총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이민 1세대이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외국 출신이다. 스웨덴 총인구의 약 15% 이상이 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 이 인구 그룹이 18세 이하 연령층의 20~25%를 차지한다.

토비아스 휴비넷 씨의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태생과 외국 태생(특히 비유럽권) 사이엔 소득과 취업률에서 큰 차이가 존재했다. 비(非)스웨덴 출신 인구의 경우, 고학력층의 취업률도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비스웨덴 출신의 취업률 역시 꼴찌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실업률을 확인해 보면, 스웨덴 태생 인구층이 2.5~3.5%에 불과한 데 비해 아프리카 배경의 인구층은 24.7%, 아시아 출신 22.2%, 라틴아메리카 출신 13.8% 등이었다. 취업에 성공한 경우에도 비유럽권 출신들은 스웨덴 및 유럽 태생들에 비해 단순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스웨덴 토박이 백인 계층의 ‘반이민 정서’를 드러내는 최근 연구도 있다. 린네 대학은 백인 스웨덴인들이 비유럽권 이민자들과 이웃해 살지 않거나, 이민자 자녀들과 자신의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을 연구했다. 스웨덴 전역의 12개 코뮌(스웨덴 기초자치단체)에 걸쳐서 이사 유형을 조사한 결과, 한 거주지에 약 3~4%의 비유럽권 이민자 가족이 들어오면 백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는 특이점을 발견했다. 이사 가는 백인 가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조사한 결과 고학력자일수록, 고소득자일수록 먼저 이사를 간다고 이 연구는 밝혔다.

이 같은 반이민자 정서는 극우 정당의 득표로 이어졌다. 반이민을 기치로 내세운 스웨덴민주당(SD)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흡수하고 있다. 2010년 총선에서 득표율 5.7%로 국회에 입성한 스웨덴민주당은 2014년 총선에서는 12.8%를 획득했다.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은 다문화 사회를 부정하고 고유한 스웨덴 문화유산의 보존을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들은 자신들만의 색깔이 드러난 정책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다른 정당이 정책을 제시하면 반대를 해 제동을 거는 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좌파·우파 정당이 뚜렷이 구분되었던 기존 스웨덴식 정당정치가 스웨덴민주당에 의해 그 의미를 잃어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존 정당들도 극우 정당과 대화조차 거부하고 협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민당이 용인해 통과한 최근 난민 심사 강화 정책을 보면, 기존 정당들도 이 극우 정당의 인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자유당으로 당명을 바꾼 인민당의 얀뷰어크룬드 대표는 스웨덴민주당을 협상의 장으로 초대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다양성 교육 전통이 사라지는 교실

정의롭고 평등한 이미지의 복지국가는 이렇듯 정치·사회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스웨덴 다문화 교육 분야 역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다문화 교육은 스웨덴 공식 교육부 문서에 1983년 처음 명시되었다. “다문화 교육은 학교를 다니는 모든 어린이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고, 학교 밖의 사회 역시 그 대상으로 한다.” 1998년 교육부 문서에는 “다문화 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본 근간이며, 다문화적 시각은 교사 양성 교육에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비트라 텔레폰플랜 홈페이지스웨덴 교육은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전통을 지녀왔다. 스웨덴의 한 학교 모습.

 


스웨덴은 제도권 교육 안에서 인종차별주의와 각종 차별에 반대하는 선진적인 정책을 취해왔다. 예를 들면 부모가 외국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경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부모 나라의 언어를 제도권 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부모 나라의 문화와 단절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에서도 반차별법이 적용되어 학생이 학교로부터 차별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받을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스웨덴 교육에 쌓인 민주주의 전통 때문이다. 교실이나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학습의 주체이며 교사들은 조력자로 여겨진다. 사제 관계가 상하 관계라기보다는 대화와 토론이 중심이 된 수평적 관계여서 학생이 교육 내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한다.

스웨덴의 다문화 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민주주의 전통이 교실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멜라르달렌 대학의 피리오 라흐덴페레 교수는 역사적으로 스웨덴이 단일 문화였던 적이 한 번도 없는데도 교육제도 자체가 단일 문화 시각에서 틀이 짜여 있다고 지적한다. 교실에서 조력자이긴 하지만 교사들 역시 스웨덴 중심의 문화를 표준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둔 학생들이 스웨덴 고유문화를 표준으로, 자신들의 가정 문화를 비정상적인 종류로 여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룬드 대학의 다이아나 물리아니 교수도 이민자 아이들은 학교에서 문제아로 여겨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할 대안도 언급되고 있다. 교사 자체를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이들로 채용하자는 안이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미래의 교사들이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문화 교육 방법론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전문가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그런데 이런 연구에 천착하는 학자들 대부분은 이민자이거나 난민으로서 차별을 직접 겪은 이들이다.

 

 

 

 

기자명 예테보리·고민정 (자유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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