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언론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금배지 달기 위해 펜 휘둘렀나


MBC, KBS는 ‘정권 스피커’?

 

언론은 왜 선거철마다 ‘선수’로 뛸까. 국회의원 ‘선수’가 되고픈 언론인들 때문이다. 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지원해 16번을 받았다. 그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을 들춰내며 총장 자리에서 ‘찍어낸’  2013년 9월 〈조선일보〉 단독보도의 책임자였다. 언론계에선 대선 개입 수사를 무마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강 전 국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 마감날인 3월13일에야 사표를 냈다.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모습에 〈조선일보〉 내부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19대 총선 때는 현직이었던 이상일 전 〈중앙일보〉 정치부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8번을 받고 국회로 직행했다. 18대 총선에선 최문순 MBC 사장이 임기를 마친 뒤 한 달도 안 돼 민주당 비례대표 신청을 해 비판받기도 했다.

ⓒ시사IN 자료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왼쪽)과 민경욱 전 KBS 앵커(오른쪽)는 정치권으로 바로 직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청와대 대변인 자리도 ‘직행’은 마찬가지다. 〈뉴스9〉 앵커를 맡았던 민경욱 KBS 문화부장은 2014년 2월 당시 KBS 보도본부 오전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에 청와대로 직행했다. 〈100분 토론〉을 진행했던 정연국 MBC 시사제작국장은 지난해 10월23일 MBC에 사표를 낸 지 이틀 뒤 청와대 대변인 내정 사실이 알려졌다. 하루아침의 ‘변신’이었지만 괴리감은 크지 않았다. 정부 입장을 꾸준히 대변해온 방송사의 보도 태도 때문이다.

자사 출신 정치인 배출해 ‘정언유착’ 강화

언론인은 정치인으로 변신할 때 ‘친정’ 도움을 받기도 한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981년 당시) 회장님과 사장님의 두툼한 봉투는 물론이지만 모든 선후배 사원들이 큰 성금을 모아 보내주시기도 했다. 당시 신문사에서는 이런 성의뿐 아니라 선거에 도움이 되는 기사도 많이 취급해주셔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신문인 방우영〉 김대중 지음, 21세기북스)라고 밝혔다. 자사 출신 정치인을 배출해 ‘정언유착’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나는 신문사를 떠나고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도 〈조선일보〉를 늘 친정으로 생각했고 틈나는 대로 회장님과 사장님을 찾아뵈었다”라고 적었다. 언론인이 정치인이 되고, 언론인 출신 정치인은 후배 언론인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후배 언론인이 다시 정치인이 되는 구조 속에서 언론은 선거의 도구가 되고 정치의 주체가 된다.

물론 언론인이 국회의원 ‘선수’가 되고 싶다고 늘 선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은 2014년 경남 사천시장에 출마하려다 새누리당 내부 경선에서 탈락했고 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도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20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스스로 포기했다. 20대 국회의원을 꿈꿨던 YTN 보도국장 출신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선수’가 되고픈 현직 언론인들은 탈락한 선배들을 바라보며 더욱 열심히 ‘스펙’을 쌓는다.

기자명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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