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그 방송사들은 ‘한 놈’만 팬다

살아남은 종편의 비빌 언덕은 선거

 

처음엔 안타까울 정도였다. 지상파와 인접한 황금 채널에 ‘의무 재전송’ ‘방송발전기금 유예’ 등 특혜까지 안겨준 TV조선의 2012년 9월 재방송 편성 비율은 65.1%였다. 2011년 12월 개국한 종편 4사는 2012년 편성의 50%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웠고 평균 시청률은 0.5%대였다. 2012년 6월 종편 4사 합산 시청률은 2.1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이듬해인 2013년 6월 종편 4사 합산 채널 시청률은 4.31%로 전년보다 2배 올랐다. 2014년 6월에는 6.65%, 2015년 6월에는 6.93%로 매해 증가했다.

종편은 생존했다. 메인 뉴스에서 토끼와 인터뷰하고(JTBC), 기자가 귀신 분장을 하는가 하면(채널A),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지령에 의한 것(TV조선)이란 방송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종편은, 냉소와 비아냥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13년 7월 종편 4사는 처음으로 평균 채널 시청률 1%를 돌파했다. 2013년 언론인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한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시인 2014년 4월28일자 〈뉴스9〉에서 시청률 5.47%(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 가구)를 기록하며 지상파 뉴스를 위협했다. 2015년 4월29일자 TV조선 〈뉴스쇼 판〉은 재보선 개표 상황을 상세히 전달하며 역시 6.0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구)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편의 생존은 매출액으로 드러난다. 2012년 2263억원이던 종편 4사 매출액이 2013년 3061억원, 2014년 4046억원으로 성장했고, 2015년 매출은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비정규직 중심 인력 운용으로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시사·보도 위주 편성과 스튜디오 중심 녹화로 제작비를 낮출 수 있을 만큼 낮추며 지상파 3사에 익숙한 50대 이상 시청층의 채널 이용 습관이 넘어올 때까지 버틴 결과다. 종편 4사 중 2개 채널만 살아남을 것이란 예측은 ‘지상파 위기설’로 대체됐다.

ⓒ매일경제 제공2011년 12월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종편 4사(MBN· JTBC·채널A·TV조선)의 개국 축하쇼가 열렸다. 4사의 2015년 매출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종편은 출범 당시부터 기자를 제외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사에 맡기며 제작 비용을 최소화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의 인건비는 JTBC 61억4000만원, 채널A 41억6000만원, TV조선 41억2400만원, MBN 3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지상파 3사 인건비는 KBS 622억4400만원, MBC 248억2700만원, SBS 193억4100만원이었다. 종편 4사 인건비는 SBS의 한 해 인건비에도 못 미친다. 종편이 방송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를 기반으로 생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로그램 제작비에서도 KBS가 9533억원, MBC가 5753억원, SBS가 4959억원을 지출한 반면 종편 4사는 JTBC 2001억원, MBN 887억원, TV조선 691억원, 채널A 689억원 등이다. 종편 4사 제작비를 모두 합쳐도 4268억원으로 SBS의 한 해 제작비에도 못 미쳤다. 종편 출범으로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탄생하고 일자리가 수십만 개 창출되며 프로그램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예상대로 허황된 것이었다. 그러나 종편 출범에 반대했던 야당과 언론운동 진영의 예상도 빗나갔다. 2015년 종편 4사의 한 해 평균 채널 시청이 7% 수준으로 15% 수준인 지상파 3사의 절반에 육박하며 예상보다 빨리 성장한 것이다.

종편의 힘은 낮 시간대 시사보도 편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낮 시간대인 오후 1~4시의 경우, 유료방송 시청률이 지상파 3사 시청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시간대 TV조선은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 〈정치부장 이하원의 시사Q〉 〈장성민의 시사탱크〉, 채널A는 〈채널A 뉴스특급〉 〈이언경의 직언직설〉 〈쾌도난마〉 등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연속 편성했다. JTBC와 MBN도 〈JTBC 뉴스현장〉 〈4시 사건 반장〉 〈뉴스 빅5〉 〈뉴스&이슈〉 등 뉴스쇼를 편성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2015년 5월11일부터 7일간 종편의 편성을 분석한 결과, TV조선의 157개 프로그램 가운데 36.9%는 시사 토크쇼, 29.3%는 뉴스다. 같은 기간 채널A는 152개 프로그램 중 뉴스가 38.2%, 시사 토크쇼가 27%였다.

시사·보도 중심 편성은 종편의 뉴스 영향력을 끌어올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방송뉴스 이용점유율(1년 평균 시청률×편성 시간×방영 횟수)에 따르면 종편 4사의 뉴스 이용점유율은 2012년 9.2%에서 2013년 20.5%, 2014년 29.2%, 2015년 33.1%로 매해 증가했다. 반면 지상파 3사의 뉴스 이용점유율은 2012년 82.7%에서 2015년 51.8%로 무려 30.9%나 하락했다. 보수 신문의 영향력 확장과 공영방송의 영향력 약화라는 보수 진영의 목적이 달성된 셈이다.

종편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그러나 종편의 뉴스 영향력이 오르는 것에 비례해서 각종 심의 제재 건수도 많아졌다. 종편 4사의 전체 심의 제재 건수는 2012년 80건에서 2015년 11월 현재 192건으로 급증했다. TV조선의 법정 제재·행정지도 건수는 2012년 23건, 2013년 35건, 2014년 75건, 2015년 11월 현재 87건으로 매해 증가했다. TV조선·채널A는 특히 원색적 언어를 통해 사회적으로 합의되어온 상식을 파괴하고 정부·여당이 원하는 의제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자극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슈를 가지고 야당을 “종북 좌파”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식이다. 지상파 3사가 축소 보도로 의제를 왜곡하는 사이 종편은 확대 보도로 극우·보수 진영의 의제를 주도했다. 이는 저널리즘의 전반적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

종편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매출액이 점차 증가하면서 예능 편성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 TV조선은 지난해 초 MBC와 tvN 예능을 이끌었던 송창의 PD를 제작본부장으로 영입해 〈엄마가 뭐길래〉등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 MBN 역시 지난해 SBS 출신 배철호 PD를 제작본부장으로 영입해 연말부터 이경규가 출연하는 〈외인구단〉 등 새 예능을 편성하고 있다. 채널A도 〈머슴아들〉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질을 확보해 시청층을 확대하겠다는 목표지만, 본질적으로는 극우 또는 보수라는 채널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다.

과연 종편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황성연 닐슨코리아 클라이언트서비스 부장은 “2012년 대선 이후 안착한 종편은 중·노년층 시청자를 잡은 뒤 서서히 시청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종편은 채널 연번제(지상파 방송 3사 채널 사이의 홈쇼핑 채널을 묶어 뒤로 보내면서 그 자리에 종편 채널을 배치)를 도입해서 지금보다 앞 번호 채널에 진입하는 특혜를 공공연히 노리고 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둔 종편의 앞날은 장밋빛이다.

기자명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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