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혹시 7년 전 ‘발행인의 편지’를 기억하십니까? 〈시사IN〉 2009년 2월7일자였지요. 당시 신생 매체였던 이곳에 제가 합류해 처음으로 여러분께 보낸 편지 말입니다. 제목은 “독자 여러분께 약속합니다”.

편지에서 저는 세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보도하지 않겠다, 사실과 의견을 엄격히 구분할 것이다, 사실 속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면서 권력·금력을 포함한 외부의 어떤 압력도 거부하고, 한국 언론의 자부심이자 최후의 보루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시사IN〉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시사 주간지입니다. 우선 유가부수에서 그렇습니다. 경영 면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주식배당도 시작했습니다(배당은 수익이 많아서 한 건 아니고,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투명 경영을 하자는 취지입니다).

세 가지 약속. 돌이켜보면 그건 너무 순진한 저의 호언장담이었습니다. 〈시사IN〉은 발행과 편집이 완전히 구분된 조직입니다. 거기서 발행인이 잡지를 이렇게 만들겠다 저렇게 만들겠다 말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습니다. 나중에 그걸 알았습니다. 사실, 그런 엄격한 구분이 가능한 것인지, 또 옳은 것인지 회의가 들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언론계 선배로서, 애정을 가진 독자로서, 한 사람의 제보자로서 편집진에 조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가 판단컨대, 세 가지 약속 중 앞 두 가지는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나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것은 한국 언론 지평에 작으나마 의미 있는 업적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 번째 약속, 즉 진실 추구는 많이 미흡했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의견입니다. 그것은 〈시사IN〉의 과제이자 우리 언론의 부채입니다.

진실이 유린된 시대, 그래서 거짓과 허위가 판치는 세상.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 우리 언론의 가치 중 최정점에 놓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치판을 보노라면 마치 코미디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여기서 눈물이 나는 것은 너무 우습기 때문이 아닙니다.

‘진박’은 뭐고 ‘가박’은 뭡니까. 병아리 감별사도 아니고 ‘진박 감별사’는 또 뭡니까. 이 어이없는 시대에 저는 ‘호언장담’이라 할지라도 다시 한번 독자 여러분께 약속하고 싶습니다. ‘팩트(fact)’를 덮고 있는 연막과 껍질을 걷어내고 진실의 얼굴을 보여드리겠다고. 거기서 여러분들은 소위 ‘정치 지도자들’의 민낯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자명 표완수 (〈시사IN〉 발행인) 다른기사 보기 wspy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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