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계는 ‘적과의 동침’ 중?
  •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호수 427
  • 승인 2015.11.18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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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수치 여사에 대한 비판, 왜?


미얀마 정계는 ‘적과의 동침’ 중?

 

아웅산 수치 여사(70)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1월8일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하자 군부와 테인 세인 대통령(사진) 등 여권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미얀마의 운명이다” “수치 여사가 국정을 책임져야 한다” 등 찬사와 격려를 표명한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독재로 악명을 떨친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의 꽃’이라는 수치 여사에게 한 말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승리자인 그녀 역시 “상대 후보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아주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권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정쟁을 하던 양측의 관계가 이렇게 훈훈한 것을 두고 세계가 놀라워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동안 군부 정권은 수치 여사에 대한 가택연금과 민주 세력 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오명을 썼다. 이에 따른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로 미얀마 경제가 고립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미얀마는 2012년 현재 1인당 국민총생산량(GDP)이 700달러에 불과한 아시아 최빈국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군부는 나라 안팎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008년 헌법을 개정해 야권의 숨통을 틔워주었고, 이번 총선으로 문민정부의 출범이 가능해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 노선을 취하면서 조금씩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왔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

이 같은 기류에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이 수치 여사다. 군부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녀를 가택연금에서 풀어줘, 군부를 인정하지 않았던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각종 제재를 완화하게 만들었다. 수치 여사를 다시 정치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게 허용한 것 역시 군부에 대한 국민들의 팽배한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측면이 있었다.

더욱이 미얀마 군부는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오래전에 설치해놓았다. 2008년 헌법 개정으로,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국민은 대선 후보가 될 수 없게 만들었다. 수치 여사가 대통령이 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또한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도록 법제화했기 때문에 권력을 통째로 상실하게 되지는 않는다.

수치 여사도 더 이상 군부에 적대적이지 않다. 11월11일, 그녀는 테인 세인 대통령과 육군참모총장, 국회의장 등 3명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이들 3명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다음 주 편한 시간에 만나 화해를 논의하고 싶다”라고 썼다. 향후 본인이 대선에 나간다면 군부의 협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적과의 동침이 될 수도 있는 미얀마 정계는 서로의 필요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화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미얀마 국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민주화의 열망에 부합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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