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국정교과서를 위한 무리수, ‘국가의 거짓말’


역사학자들이 안 쓰니 군인이 교과서 쓰나


교과서 집필진 비공개가 올바른가?

 

선사시대 대표 집필자로 초빙됐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69)가 11월6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11월4일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에 불참한 이후 최 명예교수는 관심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취재차 집에 온 여기자들과 술을 마시다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사퇴로 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최 교수의 집필에 반대하는 제자들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최몽룡 교수님! 제자로서 당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등의 팻말을 들었다.

 

ⓒ연합뉴스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11.4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기 전 최 명예교수는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최 명예교수는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내 친구(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가 안부 전화를 오랜만에 했다. 어디냐고 해서, 제자들과 술 먹고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기자회견에) 나가보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곧바로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졌다. 10월23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교육부가 주체가 돼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자체적으로 최종 결론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통화 사실을 부인하던 현 수석은 안부전화를 걸었을 뿐이라며 말을 바꿨다.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자 중 유일하게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76) 또한 고대사 분야 대표 집필자다. 신 명예교수는 서울대 역사교육과 출신으로 삼국시대 전문가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국정교과서 고대사 부분 집필에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가 검인정 교과서의 좌편향을 주장하며 국정교과서를 몰아붙이는 이유는 근·현대사였지만, 정작 이 분야 대표 집필진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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