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송지혜 기자 

강의실 한복판에서 ‘개표 조작’을 외치다
“선관위가 감히 나한테 못 덤빈다”
강의 음성 파일 입수… 최우원 교수, “노무현은 가짜 대통령”


부산대학교 최우원 교수(철학과)가 자신의 수업 시간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개표 조작으로 당선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를 찾아오라는 과제를 내 논란이 되고 있다. 〈시사IN〉은 문제가 된 최우원 교수의 6월2일, 6월4일, 6월9일, 6월11일 ‘과학 철학’ 강의의 오디오 파일을 입수했다(“선관위가 감히 나한테 못 덤빈다” 참조).

최 교수는 앞선 세 번의 정규 수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의 개표가 조작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6월4일에는 전자개표 조작에 대한 영상을 학생들에게 시청하게 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이 병역을 기피하고, 정부가 15년간 남침 땅굴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강의를 수강 중인 한 학생은 “최 교수는 ‘중국에서 조직적으로 사람의 장기를 적출한다’ ‘예수가 인도에서 불교 교리를 공부해 기독교에 반영했다’ ‘〈환단고기〉는 훌륭한 역사서다’라고 주장하는 등 강의와 관계없는 주장을 줄곧 해왔다”라고 말했다.

강의 녹음을 들어보면 최 교수는 “200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범죄 조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자개표기 부정으로 득표수를 바꿔 당선됐다” “선관위가 당당했다면 나를 고소했겠지만, 사실상 개표를 하지 않았으니 감히 나에게 덤벼들 생각을 못한다” “박원순 아들의 MRI는 바꿔치기되거나 미리 심어놓은 것이다” “종북 빨갱이가 언론계에 들어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한마디도 안 한다”라는 말을 강의 시간 내내 스스럼없이 했다.

ⓒ연합뉴스지난해 10월25일 최우원 교수가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대북전단 살포 강행을 선언하고 있다.
최 교수는 수업 중 즉흥적으로 두 가지 과제를 냈다. 선거 당시 개표 상황표를 출력해 제출하고, 2002년 대선이 조작되었다는 증거 자료를 찾아서 대법관 입장에서 이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지 평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리포트로 합당한 주제가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는 “구글에서 ‘전자개표기 사기극’만 검색해도 노무현 가짜 대통령 자료가 엄청나게 많다”라며 이를 참고해 정식 과제로 제출하라고 했다.

강의 내용이 알려져 상황이 일파만파 커지자 최 교수는 6월9일 강의에서 자신의 처지를 에밀 졸라와 드레퓌스 사건에 비유하며, “나는 자유롭게 생각을 말했다. 국민들이 판단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워터게이트 사건도 언급했다. “40년 전 미국에서는 언론이 진실을 규명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그에 비해 한국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표 조작을 보도하는 ‘진실된’ 기자가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 교수는 2012년에도 철학과 전공 필수과목 ‘형이상학’에서 ‘종북 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주제의 리포트를 작성해 ‘조갑제닷컴’ 사이트에 게시하라는 과제를 냈다. 같은 해 8월에는 철학과 조교 채용 면접에서 면접자에게 종북 좌익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부산대는 최 교수에게 3개월 정직 징계 처분을 내렸다. 최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해 최종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2학기부터 다시 수업을 맡았지만 3과목 모두 수강 정원 미달로 폐강됐다. 올해 1학기에도 4과목 중 3과목이 폐강돼 ‘과학 철학’이 유일한 수업이었다. 부산대 관계자는 “6월11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징계 여부를 논의 중이다. 결국 법을 어겼느냐 아니냐를 두고 판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최 교수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미국 계약법 시험문제에 등장한 두 대통령

한편 6월9일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류병운 교수가 시험문제를 출제하면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를 썼다. 한 학생은 미국 계약법 시험문제 지문에 ‘Dae Jung Deadbeat(낙오자 대중)’ ‘Roh(노)’ ‘Bongha prince(봉하 왕자)’ ‘Roh는 owl rock(부엉이바위)에서 떨어진 IQ 67의 저능아’ ‘Dae Jung Deadbeat이 식당에서 Hong-o(홍어)를 판다’고 적혀 있었다고 복기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류 교수가 한 행위는 인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노무현 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은 “표현의 자유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동시에 모욕당하고 있다. 악의적인 표현과 도를 넘어서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