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보면 가장 아쉬운 것이 환자와 의사의 소통이다. 환자의 증상과 그 증상에 따른 치료법만 얘기할 뿐, 그 병의 근원이 무엇인지, 환자가 평소에 어떤 생활을 하는지, 생활습관에 따른 적절한 대처법은 무엇인지 따위, 폭넓은 소통은 이뤄지지 못한다.
한의사 강용원씨는 환자와의 소통이 치료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가 지겨워할 정도로 문진을 길게 한다. 처음 방문하면 1시간30분 정도 진료한다. 특별한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문진 시간만 그렇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울증에 걸린 환자가 있다고 치자. 그는 자존감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대처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과 연계해서 풀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일이다. 환자가 자신을 내려놓을 때 그는 의학 지식을 한쪽에 밀쳐두고 경청한다. “예전에는 내가 알고 있는 의료 지식의 틀에서 환자를 진단하려 했다. 그 틀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틀을 버리고 환자를 만난다. 환자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처음 40~50분은 답답함을 느끼지만 서서히 틀이 깨지면서 듣고 싶은 답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