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담았던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되는 데 저항하며 사표를 던졌던 교사 이형빈씨(사진)가 4년 만에 ‘자사고 전선’으로 돌아왔다. 서울교육감 인수위 전문위원으로서 자사고 출구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여한 그를 7월15일 만났다.

4년 만이다. 교육 현장을 돌아보니 어떤가?
혁신학교 영향인지 초등학교·중학교는 조금씩 변한 모습인데 고등학교는 오히려 훨씬 나빠진 듯하다. 자사고야말로 교육계의 4대강 사업이었구나, 새삼 느낀다.

교육계의 4대강 사업이라니, 무슨 뜻인가?
MB가 국책사업처럼 밀어붙인 것도 그렇고, 주변 교육 생태계에 미친 영향이 엄청났다. 특목고에 이어 자사고가 상위권 학생들을 쓸어가면서 고교 서열화가 고착화됐다. 박근혜 정부가 떠안아야 할 짐인데, 제대로 손을 못 대고 있다는 점에서도 4대강과 자사고는 닮았다.

학교 붕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진작부터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입시에 종속돼 제 기능을 못한 지 오래다. 그렇지만 자사고 확대 정책이 일반고 슬럼화 현상을 가속화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사IN 조남진

자사고 내부에서도 양극화 양상이 뚜렷하다.
이렇게까지 심한 격차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등록금 3배'가 갖는 엄청난 착시 현상이 있었던 것 같다. 학부모들은 일반고에 비해 등록금을 3배 가까이 더 내는 만큼 학교 시설도 3배, 교육 여건도 3배 더 좋아야 한다고 기대했던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이는 정부가 내야 할 돈을 학부모가 대신 낸 것에 불과했다. 자사고는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등록금을 높여 받는 것을 허가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대가 좌절된 학부모들이 학생을 다시 일반고로 전학시키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나마 대입 실적으로 기대를 일부 충족시킨 자사고만이 학생을 안정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결국 자사고는 교육을 상품화함으로써 공교육 원리를 왜곡시켰을 뿐 아니라 시장주의 원칙조차 실현하지 못한 ‘국민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결국 학생·학부모가 피해를 보게 된 셈인데.
조금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학부모들은 정말 좋은 학교여서가 아니라 특목고 같은 학벌 효과가 사라질까 봐 두려운 것 아닌가.

자사고 교장단은 공교육 영향평가 등 새로운 심사 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교육감은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기여했는지’에 따라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를 평가하는 것이 공교육 영향평가다. 대형마트가 들어설 때도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게 되어 있지 않나.

교육부와 원만한 협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자사고는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학교’로 출발했다(초중등교육법 61조). 이 법 시행령에 따라 운영이나 평가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 교육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런 중요한 정책이 시행령으로 결정돼도 되는 걸까. 나는 궁극적으로 정치권이 이 문제를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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