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배재고 교장(사진)은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통상 여름방학 전에는 입시 전형 요강이 확정되고 홍보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데, 올해는 자사고로 재지정될 수 있을지조차 불명확해서 학교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자사고연합회장을 맡은 그를 7월16일 만났다.

자사고들의 동요가 심한 것 같다.
자사고라는 게 국가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학교다. 우린 그것을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수장이 바뀌었다고 정책을 곧바로 바꾼다? 교육정책은 무쇠솥에 밥 뜸들이듯 천천히 끌고 가야 하는데, 우리는 양은 냄비에 라면 끓이듯 하려 든다.

자사고 자체가 급하게 입안된 측면이 있다.
무리했던 측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처음 말한 대로 자사고를 100개 만들었더라면 서울시내 사립고가 다 자사고가 될 뻔했다.
 

ⓒ배재고 홈페이지 갈무리

결과적으로 무리하게 늘어난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급속하게 슬럼화됐다는 지적이다.
학교 붕괴는 이미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 공교육은 그때 이미 무너졌다. 그나마 남은 아이들이라도 건지자는 게 자사고다. 거꾸로 묻고 싶다. 자사고를 없애고 우리 아이들을 일반고에 배치하면 일반고가 살아날까? 이들에게 다른 직업교육이나 진로교육을 제공할 생각은 않고 왜 이제 막 뿌리내리려는 자사고를 흔드나.

자사고 흔들기를 먼저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 아닌가? 지난해 선발 방식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상위 50% 성적 제한’을 없애고 추첨으로만 학생을 뽑으라고 해서 교장, 학부모, 동문들이 극력 저항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면접이 신설된 거다. 일반고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라면 왜 특목고는 놔두고 우리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과학고 출신이 의대 가고, 외고 출신이 법대 가는 것부터 막아야 할 것 아닌가.

자사고 내부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부실한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편이 낫지 않나?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면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데 교육청에 그만한 여력이 있나? 9월로 예정돼 있던 서울시 학력평가도 예산 부족으로 취소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던데. 우리 학교를 포함해 기숙사를 짓는다고 100억원 넘게 쓴 학교도 많다. 이런 건 또 어떻게 보전해줄 것인가.

공교육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이를 자사고 재지정 심사 항목으로 삼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교육감 선거 이전에 자사고들은 이미 교육부 기준에 따라 재지정 심사를 마친 바 있다. 그랬는데 새로운 항목으로 심사를 다시 하겠다니, 이는 게임이 이미 끝난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다시 승부를 가리자는 발상이다. 교육부가 정한 기준 이외의 항목으로 지정을 취소하면 자사고 교장단이나 학부모단 모두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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