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년 자퇴생, 현장에서 채용되다
  • 전혜원 기자
  • 호수 323
  • 승인 2013.11.3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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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고등학생들을 위한 <시사IN> 드림 콘서트가 열렸다. 이야기 주제는 ‘꿈과 직업’이었다. 독특한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등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이들이 강사로 나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멘토를 맡았다.
모자를 푹 눌러쓴 주성하군(19)이 손을 들었다. “자퇴해서 학교를 안 다니는데 최 대표 회사에 취직할 수 있나요?” 질문을 받은 최근준 애로우애드코리아 대표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되물었다.

“자퇴는 언제 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요.”

“술 마시죠?” “예.”

“오케이 좋아요. 최우선 입사 자격입니다. 낼 당장 찾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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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은 광고와 익스트림 스포츠를 결합한 사인스피닝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애로우애드 인턴사원으로 현장 채용되었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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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도 한때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거쳤다. 학교에 가지 않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잘나가는 ‘일진’도 해봤다. 주성하군의 질문을 최 대표는 가슴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주군은 질문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한번 바꿔보고 싶어 손을 내민 것이었다. 그 손을 마주 잡아주지 않고 “먼저 학교부터 다녀라”라는 뻔한 답을 했다면, 결국 어렵게 내민 손을 뿌리치는 꼴이 된다. 최 대표는 단박에 질문의 속뜻을 알았고 기꺼이 손을 잡아주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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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2일 서울 연세대 공학원에서 열린, ‘직업을 창조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사IN> 드림 콘서트’에서 이렇게 처음으로 현장 채용이 이뤄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연 드림 콘서트는 서울 지역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 180명을 대상으로 ‘꿈과 직업’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무료 강연이었다. <시사IN> 드림 콘서트에 나서는 강사들은 ‘정답이 아닌 삶’을 산 이들이다. ‘취직=대기업 입사’나 ‘꿈=직업’이라는 편견을 스스로 깬 이들이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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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세운 행복 기준에 ‘정답’은 없다 </strong><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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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사로 나선 고원형 대표만 해도, 정답이 아닌 삶을 살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까지 나왔다. 행정고시를 보는 대신 청소년 멘토링 교육단체 ‘아름다운 배움’을 만들었다. ‘아침에 웃으면서 출근하는 삶을 살자’ ‘내 아이에게 말할 자격을 갖추자’ ‘나 자신을 온전히 나로서 평가하자’라는 스스로 세운 세 가지 행복 기준에 따르다 보니 고 대표는 아름다운 배움을 만들게 되었고 ‘정답이 아닌 길’을 가면서 행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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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강사에 이어 멘토로 나선 이들은 직업을 스스로 창조한 사람들이다. 한영미 오가니제이션요리 대표는 지난 10년간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청소년 교육 사업을 담당한 전문가다. 요리를 통해 교육과 문화 사업을 펴는 오가니제이션요리를 창업했다. 청소년을 선발해 요리 대안학교인 영셰프 스쿨을 운영한다. 영셰프 스쿨은 전 과정이 무료이다. 지난 5월에는 영셰프 스쿨 졸업생들이 운영하는 청년 레스토랑 제주슬로비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성북슬로비도 열었다. 한영미 대표는 “계산하지 말고 손해 보고 살면 좋은 친구가 많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바로 자산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멘토로 나선 서동효 모티브하우스 대표는 고졸이다. 서 대표는 학생들에게 작은 카드를 나눠줬다. 카드의 절반에 자신의 꿈을 적어보라고 했다. “꿈을 공무원, 교사, 사업가 등 직업으로 적은 학생들은 손들어보세요.” 학생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나머지 반에는 꿈을 이룬 뒤 하고 싶은 일을 적게 했다. 그러자 ‘여행을 가고 싶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 따위 다양한 답이 나왔다. 서 대표는 “꿈이 공무원이고 교사 등 직업이면, 결국에는 되거나 안 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여러분의 꿈이 나머지 절반에 적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라면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멘토로 나선 박기범 대표는 친환경 놀이터를 만드는 에코버튼을 창업했다. 박 대표는 “경험을 쌓고 계기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 멘토로 나선 최근준 애로우애드코리아 대표의 직원 채용방식은 독특했다. 길거리를 가다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있으면, “너 이리 와. 학교 다니냐. 가출했냐”라는 식으로 물어본 뒤 길거리 채용을 하는 것도 빈번하다고 한다. 물론 조건이 있다. 부모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꼭 아침에 출근해야 한다. 출근을 하지 않으면, 최 대표가 아예 데리고 산다. 자신이 문제아였던 최 대표는 “하지 않았어야 하는 일에 대한 후회와 좀 더 일찍 했어야 하는 일에 대한 후회, 이 두 가지만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말로 강의를 끝냈다.

마지막 멘토로 고등학교 3학년 이혜연 학생이 나섰다. 수능을 본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마이크를 잡았다. 안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양은 공단 가까이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손가락 절단 사고를 겪는 노동자들을 많이 접했다. 거기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어, 잘린 손가락을 보관할 수 있는 응급키트를 만드는 ‘T.F. THINK&ACT’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드림 콘서트’만의 특징인 멘토·멘티 소그룹 만남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은 멘토를 자유롭게 찾아다녔다. 멘토 강사들은 자신의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공개했다. 일회적인 만남이 아닌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서다. ‘드림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최근준 대표의 휴대전화에 친구 등록을 요청하는 카카오톡 알람이 끊이지 않았다. 학생 60여 명이 한꺼번에 친구 신청을 했다. 학생들을 인솔해왔다가 강의까지 들은 배성민 서울정보산업고 교사는 “다른 행사와 달리 멘토들이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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