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3일 오후 4시 서울시 서초구 사랑의교회 정문 앞.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서로를 캠코더로 촬영했다. 한 남자는 사랑의교회 직원이고, 또 다른 남자는 이 교회 안수집사회 소속이다. 교회 정문에서 주일 예배를 본 교인들이 나오자, 길 건너편에서는 30여 명이 피켓과 안내문을 들고 묵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나가는 교인들에게 “사랑의교회 몰락 함께 막자”라는 제목이 달린 ‘안수집사회 회보’를 나누어주었다.

담임목사 퇴진 요구하며 일요일마다 시위

예배를 마치고 나온 한 여성이 길을 건너 이들에게 다가와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외쳤다. 캠코더를 든 두 남자는 이 장면을 촬영했고, 교회 입구에서는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리시버를 귀에 꽂은 채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사IN 신선영11월에 완공될 예정인 사랑의교회 서초동 새 예배당의 모습. 교회 측은 대림산업으로부터 1139억원에 예배당 건축 부지를 사들였다.
사랑의교회 건너편에 모여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이 교회 ‘안수집사회’와 온라인 커뮤니티 ‘사랑넷’ 회원이다. 이들은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며 6주째 일요일마다 시위를 한다. 박사논문 표절 의혹으로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자숙’에 들어간 오 목사는 9월22일 복귀했다. 그의 복귀와 함께 사랑의교회 주일 풍경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대형 교회 중 하나다. 현재 등록된 신도만 9만여 명, 주일마다 출석하는 교인은 2만~3만명이다. 1985년 1월 현 위치에 자리 잡은 사랑의교회는, 2000석 규모인 본당에서 모든 교인을 수용할 수 없어 강남역 인근 여러 상가를 임차해왔다.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교인들은 근처 상가 건물 등에 흩어져 영상으로 설교를 듣는다. 공간 문제가 심각해지자 교회는 서초역 인근 약 7000㎡ 대지에 대규모 예배당을 건립 중이다. 그런데 이 건물 신축이 분란의 씨앗이었다.

ⓒ시사IN 김동인오정현 목사의 퇴진을 주장하는 교인과 교회 측 교인이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시사IN 김동인10월27일 오정현 담임목사에 반대하는 교인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09년 6월1일, 사랑의교회는 새 예배당 건설 대지인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41번지(총 23개 필지, 약 7000㎡)와 인근 지역 1501-9번지(1개 필지, 451㎡) 등 총 24개 필지를 대림산업으로부터 약 1139억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이보다 넉 달 앞선 2009년 2월12일 대림산업은 1541번지 총 23개 필지(1501-9번지 필지 451㎡는 제외)를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약 588억8000만원을 받고 판 터였다. 대림산업은 사랑의교회로부터 약 1139억원을 받은 직후인 2009년 6월3일 이 토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약 610억원에 재매입했다. 1501-9번지 451㎡ 필지가 새로 포함되었다고는 하지만 교회가 대림산업으로부터 매입한 가격(1139억)이 대림산업이 토지주택공사한테서 산 610억원에 비해 턱없이 높아 자연스레 의혹이 불거졌다. 사랑넷 등 교인들은 지난 7월 오 목사를 이 거래와 관련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건설위원회는 “애초부터 대림산업이 토지주택공사에 매각한 것이 아니라 환매조건부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정부가 마련한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방안’ 덕분에 1541번지 토지도 1년 매입 형태로 토지공사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은 것이라는 해명이다. 등기부등본에는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1년 이내에 대림에서 원 소유권을 찾아와야 하는 땅이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실제 교회에서 구입한 1139억원은 대림이 원했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형 건축과 고가 땅 매입에 대한 의혹은 오정현 목사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이어졌다. 핵심은 논문 표절 시비였다. 오 목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프스트룸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받았다. 이 논문에 대한 표절 시비가 일자, 교회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는 교수 출신 권 아무개 장로를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2월 조사위원회는 논문이 36곳 이상을 표절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논문 조사 결과가 평신도 사이에 알려지면서 교회 홈페이지에 오 목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교회 측이 게시판을 폐쇄했지만 교인들은 3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사랑넷’을 따로 만들어 오 목사 반대 운동을 펼쳤다.

오 목사를 옹호하는 쪽도 맞대응했다. 지난 6월30일 오전 9시40분 당회원 간담회 자리에서 이 교회 김용남 집사가 회의실과 자신의 몸에 석유를 들이붓고 불을 지르겠다며 소리쳤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오 목사 논문 조사위원장이었던 권 장로를 찾아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집사는 1988년 9월 안기부(현 국정원)의 사주를 받고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한, 이른바 ‘정치깡패 용팔이 사건’의 장본인이다. 이 사건 이후 오 목사를 반대하는, 교회 안수집사의 모임 ‘안수집사회’가 생겼다. 안수집사는 교회 내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인데, 현재 교회에서는 이들을 임의단체이자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11월 초에는 평신도까지 아우르는 ‘사랑의교회 갱신협의회’가 발족될 예정이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사랑의교회 본당 앞마당에서 따로 예배를 본다.

헌금 6억500만원의 수상한 행방

검찰에 고발된 오 목사에 대한 횡령 및 배임 의혹에는 땅 문제뿐 아니라 ‘돈 문제’ 등도 포함되었다. 고발장을 보면, 2007년 오정현 목사는 교회 재정을 맡은 이 아무개 장로를 통해 헌금 6억50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 돈은 사랑의교회 공식 재정 계좌가 아닌, 다른 정기예금 계좌에 입금되었다. 2008년 오 목사는 6억500만원을 공식 재정 통장에서 출금했고, 이후 정기예금 계좌에 넣어둔 헌금(6억500만원)을 인출해 공식 재정 통장에 메워놓았다. 오 목사 측은 공식 계좌에서 나온 6억500만원을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에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인도주의 사업과 교육문화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옌볜(연변)과학기술대학과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한 단체다. 인출한 6억500만원 중 5억원을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에서 개교 준비 중이던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 1억500만원을 평양에 건설키로 한 ‘사랑문화센터’ 건설 대금으로 송금했다고 교인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관계자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평양과학기술대학교 개교 과정에서 사랑의교회 쪽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라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연변과학기술대학교 김진경 총장을 통해 평양 사랑문화센터 건설비용으로만 6억500만원을 제공한 것이 맞다”라며 말을 바꾸었다. 그러면서 북한교육성에서 보내온 ‘의향서’와 북한 교육위원회가 날인한 ‘확인서’ 등 증빙 자료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IN〉이 입수한 이 증빙자료를 보면, 각각 A4 용지 한 장에 의향서, 확인서 등의 간단한 내용과 직인이 찍혀 있다. 오 목사를 비판하는 교인들은 위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부속기관에서 발생한 수익금도 횡령 시비에 휘말렸다. 오 목사가 ‘내 영혼의 풀 콘서트’ 앨범(CD·DVD) 판매수익금 1억여 원과 교회가 운영하는 서점 ‘사랑플러스’ 이익금 1억7000만여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것이다. 두 건 모두 교회 공식 재정으로 들어와야 하는 돈이지만, 오 목사는 이를 별도 계좌로 관리해왔다. 오 목사는 지난 8월 교인들에게 배포한 ‘교회 현안에 대한 설명’이라는 유인물을 통해, “서점 수익금은 옥한흠 전 담임목사와 김건우 사랑플러스 전 대표가 수익이 생길 경우 교회 내 훈련원·장학회·목회 지원비로 3분의 1씩 나누기로 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설립자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집사가 “미국에서 목회 중인 김건우 목사가 ‘옥한흠 목사로부터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메일을 보내왔다”라고 주장하면서 교회 내에서 이 돈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오정현 목사 두 아들의 유학 학비와 생활비를 교회에서 지원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오정현 목사가 담임목사가 되는 조건으로 교회가 연봉 외에 장남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차남도 지원을 받았다. 교회 측은 “옥한흠 원로목사 자녀와 비슷한 경우로 통상적인 수준에서 지출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옥성호 집사는 자신이 유학하던 중에 교회로부터 돈을 지원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 8월 교인들에게 배포한 ‘교회 현안에 대한 설명’에 다 나와 있다. 또한 교회에 제기되고 있는 모든 논란은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도 서초동에서는 사랑의교회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새 예배당은 11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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