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지하교회’ 이야기
  • 이상원 기자
  • 호수 634
  • 승인 2019.11.12 10: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판결로 서울 서초역 사거리 사랑의교회 신축 예배당 지하공간이 철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사랑의교회는 사실상 불복하는 모양새다. 논란을 문답 형식으로 짚었다.
ⓒ시사IN 신선영사랑의교회 예배당은 지상 14층, 지하 8층 건물이다. 본당 공간이 인접한 도로 2.5m 아래 지하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위는 2013년 공사 당시 모습.

8년간 계속된 법적 다툼에 대법원이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 있는 사랑의교회 신축 예배당 문제다. 10월17일 대법원은 ‘서초구청장의 도로점용 허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공용도로 지하를 점용하고 있는 이 예배당 지하공간은 ‘원상회복’, 즉 철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판결 당일 사랑의교회는 “허가와 건축의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되어왔기에 (…) 모든 법적·행정적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 요지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논리를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사실상 불복하는 모양새다. 사랑의교회 예배당 논란을 Q&A 형식으로 짚었다.

Q 문제의 사랑의교회 예배당은 어떤 곳인가?

A 서초역 사거리에 있는 지상 14층, 지하 8층 건물이다. 2010년 서초구청의 건축허가를 받아 2013년 완공됐다. 본당은 지하 2층에서 4층에 걸쳐 있다. 지하본당은 총 8418㎡로, 2015년 12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하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이 건물의 문제는 인접한 참나리길 지하 2.5m 아래에 있는 1077㎡를 점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초구청은 사랑의교회가 공용도로 지하를 쓸 수 있도록 10년간 도로점용 허가 처분을 내줬다. 그 만료일이 올해 12월31일이다. 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 요지다. 사법부 결정에 따르면 재허가가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현재 쓰고 있는 공간도 허물어야 한다.

Q 같은 사안을 두고 8년간 여섯 차례나 법원 판단을 받았다.

A 두 가지 논점을 놓고 각각 3심씩 다퉜다. 우선 이 사안이 주민소송 대상인지가 문제였다.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 등 서초구 주민들은 2011년 서울행정법원에 예배당 건축허가 무효확인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3년 1심과 2014년 항소심은 본안을 판단하기 전에 이 건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를 각하했다. ‘지자체장의 도로점용 허가와 건축허가는 도로·건축 행정상 행위일 뿐, 주민소송 대상인 지자체 재산의 관리와 처분은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2016년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했다. ‘이 사건 도로점용 허가는 실질적으로 임대와 유사한 행위’이므로 주민소송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으로 환송됐고, 이때부터 법원은 처분취소 여부를 판단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취소 판결을 내렸다. 서초구청의 상고에 대해서 원심을 최종 확정한 게 지난 10월17일 대법원 판결이다.

Q 도로점용 공간은 지하에 있어서 통행로를 막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원이 문제 삼은 까닭은?

A 형평성에 어긋난다. 2016년 대법원은 서초구청의 허가처분이 “도로 부지의 지하 부분에 대한 사용가치를 실현시켜 그 부분에 대하여 특정한 사인에게 점용료와 대가관계에 있는 사용수익권을 설정하여 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사랑의교회에 사용수익권을 부여한 행위는 타인이 이 공간의 사용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없앤다. 사랑의교회 이외의 다른 사인(私人)에게도 허용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사례가 문제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도로 지하를 사실상 영구적으로 점용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린다면, “도로의 지하 부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공중안전에 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 지하 예배당은 전 국토적 위험 상황의 시발점이거나, 매우 희소한 특혜이다. 어느 쪽이든 서초구청장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Q 도로 아래 공간을 백화점이나 상가가 쓰는 사례는 사랑의교회 외에도 이미 있지 않나?

A ‘어떤 경우에도 도로 아래 공간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은 아니다. 사랑의교회의 점용이 문제인 이유를 대법원은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째, 예배당·성가대실·방송실 등 지하구조물 설치를 통한 점유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둘째, 도로 지하 부분이 교회 건물 일부로 사실상 영구적·전속적으로 사용된다. 상황에 따라 허물거나 달리 쓰일 수 있는 백화점 연결통로 등과 다르다는 것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제공10월23일 사랑의교회 도로점용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Q 이 판결 결과 교회 건물을 허물어야 하나?

A 대법원은 “건축허가가 취소되거나 그 효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즉 예배당 건물 전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 참나리길 지하에 있는 1077㎡ 공간만 취소 대상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이 건축물 일부에 대해 “직권으로 건축허가의 일부를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이론적으로 사랑의교회는 서초구청의 행정명령에 따라 도로 아래 부분만 철거하면 된다. 사랑의교회는 이 철거 공사비용을 391억원으로 추산했다.

Q 사랑의교회가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게 도로 복구 비용 때문인가?

A 속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다. 도로 아래 부분만 철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파다하다. 예배당이 공사 중이던 2011년 방영된 MBC <PD수첩>은 “(참나리길 지하공간) 철거는 불가능하다. 교회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될 것이다”라는 예배당 건축설계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이번 주민소송의 원고 측 대리인인 유정훈 변호사 역시 “원상회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시사IN>과 통화에서 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도로에 포장마차를 세우거나 물건을 쌓아놨다면 ‘치워라’ 하고, 안 되면 행정청이 대(代)집행하면 그만이다. 이 건물은 그렇게 안 된다. 지하 3층짜리 공간을 기둥이 없이 통으로 텄다. 이걸 잘라내는 건 상식적으로 어렵다.”

Q 소송 과정에서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 물론 원상회복이 정말 불가능한지는 전문가들이 구체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그런데 건축의 관점과 별개로,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만한 유인이 있었다. 대법원 판결에서 명시했듯 핵심 쟁점은 이 지하 공간이 ‘원상회복이 어려운 영구적 시설’인지 여부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변할 때 언제든 철거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굳이 지금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사실상 철거하기 힘든 영구적 시설이라면, 최대한 빨리 허가를 취소해야 하는 위법 상태이다. 그래서 소송 기간에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며 견적을 내놓았고, 원고 측은 원상회복이 매우 힘들다고 주장했다.

Q 현재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A 정작 대법원의 취소 판결이 나오자 말을 뒤집었다. 사랑의교회는 10월17일 홈페이지에 올린 ‘참나리길 판결과 관련한 Q&A’ 영상에 원상회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하 활용을 확대하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고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시민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라는 이유였다. 교회는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회신도 근거로 삼았다. ‘도로점용 허가가 취소된다 하여도 원상회복을 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하는 것이 부적당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도로법 조항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행정청과 점용자 간의 일반적인 허가 취소(허가 기한 만료, 점용 과정의 위법행위 적발 등)에 적용될 뿐, 법원이 허가처분 취소 확정판결을 내린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에 따라 행정청도 기속된다. 2010년 서초구청이 발부한 ‘도로점용 허가증’에는 ‘허가가 취소되었을 때 원상회복 비용은 사랑의교회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있다.

ⓒ연합뉴스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가 예배에서 설교하는 모습.

Q 사랑의교회는 예배당 건물이 공익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A ‘Q&A’ 영상에서 사랑의교회는 ‘공공도로 지하를 사용한 것은 교회가 사익만을 추구한 것이고 건축 후 예배당 역시 공익성이 배제된 제한된 공간이라는 지적이 맞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대해 ‘교회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외부 단체가 교회 공간을 사용한 사례가 수백 건 이상’이라고 답했다. 사랑의교회는 이런 주장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도로점용 허가 대상은 공익적 목적의 시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점용허가 취소 사유로 공공성이 없다거나 사익을 위한 점용을 드는 것은 부당하다. (…) 사익 목적이라고 해서 공공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한다는 것은 법의 취지와 원리를 도외시한 결정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예배당이 공익을 덜 추구했다거나 사익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점용 허가를 취소한 게 아니다. 이 허가가 “비례·형평의 원칙을 위반하였다”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판결문에서 ‘공익’이 등장하는 곳은 ‘사정판결’ 여부를 살피는 부분밖에 없다. 사정판결이란 행정처분의 취소·변경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비록 위법한 처분이라도 인정하는 법원 결정이다. 사랑의교회 예배당의 점용 허가는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결 태도다.

Q 서초구청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했나?

A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0월23일 서초구의회에서 “빠른 시일 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이라고 말했다. 10월31일 서초구청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허가처분효력) 정지 공문을 보냈다. 올해 말 점용이 끝난다고 보낸 상태다. 원상회복 명령 등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허가대로 올해 말 점용이 종료된다는 일종의 ‘예고문’은 보냈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른 행정명령은 아직 보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해당 공간을 원상회복한다’는 전제는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는지 물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원상회복 등이라고 되어 있으니 당연히 우리는 따라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는 이제 논의를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재허가 가능성을 묻자 답을 피했다.

Q 앞으로 이 건물은 어떻게 되나?

A 도로법에 따라 서초구청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도로의 원상회복을 명한다. 사랑의교회가 여기에 불복한다면 이행강제금을 해마다 2회씩 물릴 수 있다. 유정훈 변호사에 따르면 가장 분쟁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 여기다. ‘도로 아래를 원상회복하는 것’은 ‘곧 도로 아래 건물을 일부 없애는 일’이기도 하다. 전자는 도로법, 후자는 건축법에 따른다. 건축법 이행강제금으로 계산하는 게 도로법 이행강제금보다 훨씬 액수가 높다. 유 변호사는 “정확하게 예상하긴 어렵지만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은 10억원, 20억원 이야기가 나온다. 도로법상으로는 1000만원 이하다. 어느 쪽을 적용할지 두고 행정청과 교회가 다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행정대집행을 시행한 뒤 교회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