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데 히로아키(64) 교토 대학 원자력실험실 조교수는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원자력 공학자로 꼽힌다. 고이데 씨는 학문적 양심에 따라 원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반원전 운동가로 나섰다. 그의 저서 〈원자력의 거짓말〉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후쿠시마 사고 Q&A〉는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지난 9월1일, 도쿄 히비야 공회당에서 열린 ‘사요나라 원전’ 강연회에 참석한 고이데 씨를 만났다.

원전으로 일본이 어느 정도 오염됐나? 일본 정부가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낸 보고서를 보면,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 ‘세슘 137’이 1만5000 TBq/kg(테라 베크렐, 1TBq=1조Bq)로, 히로시마 원폭의 168.5배라고 했다. 과다 측정된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고를 일으킨 범죄자가 자신의 죄를 무겁게 보이려고 하진 않을 것 아닌가. 편서풍으로 인해 북부 일부와 산간지대는 심각하게 오염됐다. 도쿄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오사카보다는 위험하다.

피폭당하지 않을 방법이 있나? 많은 양의 피폭을 당하면 화상을 입고 머리가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적은 피폭은 그런 증상이 안 보인다. 그렇다고 죽지 않을 정도의 피폭은 괜찮은가? 절대 괜찮을 리 없다. 세포가 상처를 받는 점에서는 똑같다. 온전하지 않다는 거다. 체르노빌 사고에서 볼 수 있듯 10년 잠복기를 거쳐 갑상샘암, 유방암, 백혈병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 방사능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피폭을 안 받기란 불가능하다. 그저 최소화하는 거다. 풍속이 초속 4m인 경우, 방사성 물질은 1시간에 14㎞ 흘러간다. 도망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당장 멀리 떨어지고, 아이들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방사성 물질을 섭취하는 내부 피폭을 주의해야 한다.

ⓒ시사IN 이명익고이데 히로아키 교수(사진)는 “후쿠시마 원전의 저장수조가 무너지면 폐연료봉 1331개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 그때는 끝장이다”라고 말했다.
주부들은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피폭 피해는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다. 어릴수록 방사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성장기에 피폭을 당하면 방사선으로 손상된 유전자도 갈수록 복제된다. 소아암이나 백혈병이 생길 수 있다. 엄청난 양의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어, 해산물 피해도 매우 심각하다. 아이들에게 유통 경로가 명확한 식품을 먹이고, 생선을 먹일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과민반응’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더 안전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임산부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정한 피폭 한도량 20mSv는 무슨 의미인가?
현재 20mSv(밀리시버트)인 국민 연간 피폭량 기준을 원전 사고 이전 수준인 1mSv로 돌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람들의 피폭량은 이미 이러한 기준을 훨씬 넘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더욱 심한 오염이 발견될 것이다. 연간 1mSv는 1만명 중 1명이 암으로 죽는다는 얘기고, 20mSv는 1000명 중 2명이 암으로 죽는다는 얘기다. 현행 법률은 안전을 생각해서 기준을 세운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춰서 기준을 바꾼 것이고, ‘그 정도는 참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원전은 고방사능 때문에 현장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는 운전 정지 중이었는데도 지붕이 날아가고 폭발했다. 자칫 저장 수조가 무너지면 폐연료봉 1331개가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그때는 끝장이다. 유감스럽게도 사고는 완전히 수습되지 못할 것이다. 원자로는 아직도 매우 위험한 상태다. 도쿄 전력은 지난 2년6개월 동안 쭉 냉각을 해왔지만 원자로가 정상적으로 냉각되지는 않고 있다. 이제 와서 오염수가 누출되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흐르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흐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에 대처할 묘안은? 현재 제염으로 긁어낸 흙을 어디에 둘지 몰라 운동장이나 공터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방사능 묘지’를 만드는 거다. 원전 주변의 오염은 극심하기 때문에, 무인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 말고는 없다. 또 원전으로 인한 지하수의 유입을 막을 차수벽(물막이 벽)이나 지하댐을 만들어야 한다고 2년 전부터 지적했지만, 도쿄 전력은 무시했다. 일본은 세계 제1의 지진국이다. 앞으로도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운데…. 원전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 원전은 기계이고, 기계는 사고를 일으킨다. 그것을 만들고 움직이는 사람도 때때로 잘못을 저지른다. 게다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천재도 있다. 일본 동해의 지진은 내일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왔다. 동남해 지진, 남해 지진까지 동시에 세 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진학자들은 걱정한다. 미국과 유럽에는 각각 원전 100기, 150기가 있다. 미국 100기는 동해안에 건설돼 있는데, 이곳에 지진은 없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전 세계 지진의 10~20%가 일어나는데도 58기의 원전을 지었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도카이 지진이다. 시즈오카 현 오마에자키 시에 있는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는 도카이 지진 예상 진원지 한가운데 서 있다.

원전은 미래의 에너지로 불린다. 지금이라도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가 아닐뿐더러 사고 위험,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가 있다. 화석연료 또한 값이 비싼 데다 가격 변동 폭이 너무 크다. 현재 원자력발전 비용은 커지고 태양광발전 비용은 줄어드는 추세다. 다행히 재생 가능 에너지 투자액은 2000년 100억 달러(약 10조8550억원)가 채 되지 않았지만 2010년에는 2400억 달러까지 늘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은 건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없었던 것처럼 하려고 한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지금까지 58기의 원전이 만들어졌다. 건설을 시작할 때는 원전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도쿄 같은 도시에 설치하자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원전이 사고를 일으키고 나니,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호도한다. 지금 아베 신조 정권이 원전을 재가동시키려 준비 중이다. 해외로 수출해 돈으로 바꾸려 한다. 그걸 위해서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잊어버리도록 만든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미디어도 거기에 협력하고 있다. 후쿠시마 피해자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다. 후쿠시마를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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