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수산물은 주로 부산과 통영을 거친다. 이 가운데 수입 선어(말리거나 소금에 절이지 않은 채 식용하는 신선한 물고기) 대부분은 냉동 상태로 부산국제수산물 도매시장으로 향한다.
최근 이곳으로 들어오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크게 줄었다. 한 항만 관리자는 “후쿠시마 사태 이전에는 이곳으로만 하루 6000상자에서 1만 상자 정도 들어왔다. 올여름에는 1000~2000상자로 줄었다가 지금은 하루 100상자 정도만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오전 9시가 넘어 컨테이너 트럭 한 대가 보세 창고 앞에 멈춰 섰다. 컨테이너 문을 열자 일본산 농어가 고작 250여 상자 실려 있었다. 다른 항구로 들어와 통관 절차를 밟으러 온 터였다. 주로 일본산 수입 수산물을 도매하는 유 아무개씨(45)는 “얼마 전 수입업체 열 곳이 문을 닫았다. 예전에는 일본산 수산물이 하루 5000상자는 거래됐는데 지금은 80% 이상 줄었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가장 큰 고객이 서울 노량진이랑 가락시장이었는데, 거기 고객이 확 줄어드니까 아예 수입업자들이 일본산 수입을 줄였다”라고 말했다.
검역 담당 직원 비리까지 터져
정부는 오락가락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 대한 괴담이 퍼지고 있는데 그 진원지를 찾아서 엄벌하겠다”라고 했다가, 뒤늦게 후쿠시마·이바라키·군마·도치기·지바·이와테·아오모리 등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하기로 했다. 관세청도 9월16일부터 원산지가 바뀌기 쉬운 명태·돔·가리비를 유통이력 신고대상 품목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한번 끊긴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돌려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역 과정에 대한 불신이 문제다. 무엇보다 검역 인력이 태부족이다. 냉동 선어를 검역하기 위해서는 표본을 추출하고 감마선 분광기를 통해 방사능 검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96%가 처리되는, 부산국제수산물 도매시장 근처 감천항 검사소 직원은 8명에 불과해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검역 담당 직원의 비리도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9월9일 부산해양경찰서는 수입 수산물 통관업무를 대행하는 관세사로부터 총 2억8000여만 원을 받고 통관 절차의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직원 1명을 구속하고, 같은 기관 소속 2명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 5명 등 총 7명을 불구속입건해 수사 중이다.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그저 사람들이 방사능 이슈를 금방 잊기만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부산 남항에서 만난 한 어민은 “전 국민이 안심하기 위해서 결국 어업 종사자들이 희생되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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