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우주 빅터 J. 스텐저 지음, 김미선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빅터 스텐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40여 년간 연구실과 실험실을 누비며 쿼크·글루온 같은 입자의 성질을 규명하는 데 기여한 과학자다. 천체물리학 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사이비 과학에 맞서 싸우는 전사 이미지로도 유명하다. 노년의 과학자가 이번에는 ‘신은 존재한다’라는 가설을 입증하기로 했다. 가설로 신의 존재를 상정하고 그걸 입증하기로 한 것. 그 결과, 신의 존재는 실패한 가설이라는 걸 밝혀낸다. 지금까지 종교와 과학의 논쟁은 주로 생물학적 증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과학자 집단은 생물학과 진화론적 증거를 바탕으로 기독교 창조과학을 공격해왔다. 저자는 천체물리학적 관점에서 이들을 공격한다. 창조과학 신봉자들은 우주 상수와 물리법칙이 너무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어 자연적으로 일어났을 리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정교한 조율’ 논리를 논박한다. 우연성과 법칙성을 기반으로 우주의 물리법칙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계산 가능하다는 것. 물리학도를 위한 무신론 교과서다.

화폐 이야기 송인창 외 지음, 부키 펴냄 2012년 파견 근무차, 혹은 유학차 런던에 머물렀던 기획재정부 공무원 7명이 모여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이 파고든 주제는 화폐. 화폐의 움직임을 모르고는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화폐는 중앙은행이 맡고 경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화폐 현상과 이론에 대해 무심했다. 세간의 관심사인 환율 역시 화폐제도를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었다. 7명의 저자는 화폐의 역사, 지폐의 홀로서기, 금융의 명암, 중앙은행의 효시인 영란은행, 기축통화, 화폐 이론의 선지자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 등 7가지 키워드로 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떻게 화폐가 시작됐고 진화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화폐제도를 둘러싼 권력관계와 다툼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왔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경제위기 때마다 주범으로 몰리는 금융업의 발자취도 더듬는다. 모든 나라를 이롭게 하는 국제통화가 과연 있을까. 화폐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무엇일까. 요즘의 위기는 여러 가지 물음을 던진다.

위험한 충성 에릭 펠턴 지음, 윤영삼 옮김, 문학동네 펴냄
‘충성’ 하면 군대의 무조건적 복종이 먼저 떠오른다. 저자는 충성을 ‘신뢰가 근본에 놓여 있는, 믿을 수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로 재정의한다.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미덕 중에서도 근본이 된다는 설명이다. ‘저질 충성’에 익숙한 우리에게 충성이 신뢰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김희진 옮김, 미메시스 펴냄 〈염소의 맛〉 〈폴리나〉로 유명한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작가가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만화를 책으로 엮었다. 출판을 목적으로 했던 게 아니어서 필체는 좀 더 자연스럽고, 주제는 자유분방하다. 사랑·가족·비디오게임 등 장마다 작가 특유의 유머가 스며 있다.

소울 플레이스 한창훈 외 지음, 청어람미디어 펴냄 한창훈 소설가, 손미나 여행작가, 이충걸 남성지 편집장, 박찬일 요리 칼럼니스트 등 13인이 자신만의 ‘소울 플레이스’를 풀어냈다. 30대 후반 남자가 찾은 흉가, 결혼 생활의 실패로 의기소침해진 여자의 근심을 삼켜버린 이구아수 폭포 등 개인의 삶이 장소와 만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옛 그림을 보는 법 허균 지음, 돌베개 펴냄 우리가 보는 옛 그림은 주로 선비들이 남긴 작품이다. 그들은 고대 성현의 행적과 정신세계를 흠모했다. 사군자, 산수화, 풍류화, 고사인물화 등 13가지 주제를 통해 각각의 그림이 담은 메시지를 해석한다. 전통문화의 상징 세계에 천착해온 저자가 안내하는 옛 그림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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