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 대기근 멍레이 외 지음, 고상희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42년 중국 허난성에서 300만명 이상이 기근으로 죽었다. 엄청난 가뭄이 찾아왔고 정부는 군량미를 거둬갔다. 푸성귀는 물론 나무껍질조차 사라졌다. 성 정부는 정부에 거짓 보고를 올렸다. 굶주린 사람들은 인육을 먹기 시작했다. 중국의 소설가 류전윈이 2009년 소설 〈1942를 돌아보며〉를 통해 이 대기근의 참혹한 이야기를 고발했고 소설은 2012년 영화화됐다. 허난 지역의 언론 〈허난상보〉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1942년 이 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간헐적으로 남긴 취재기와 지방지에 몇 줄 남은 사실을 근거로 참상을 복원했다. 대기근은 자연 탓만이 아니었다. 1938년 일본군이 쳐들어오자 장제스는 진격을 지연시키기 위해 장저우 근방 황허의 둑인 ‘화위안커우 제방’을 폭파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방향을 틀어 허난성 남부 지역을 점령했다. 이 지역은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식량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어진 대기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실수와 무책임이 빚은 인재였다.

백인천 프로젝트 정재승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4할 타자는 멸종했는가. 세계의 야구 팬이 열광하는 단골 수다거리다. 미국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맥이 끊겼다. 한국 프로야구는 개막 원년인 1982년 백인천 선수가 최초이자 마지막 4할 타자다.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이력도 특기도 관심사도 각양각색인 수십 명이 모였다. ‘집단 지성’의 힘을 빌려 ‘과학’으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백인천 프로젝트’가 그것. 뇌과학자이자 야구 팬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트위터에서 처음 제안했고, 58명이 넉 달 동안 함께 연구했다. 일찍이 4할 타자의 멸종을 과학의 연구 주제로 끌어올린 사람은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다. 그는 미국 야구 통계를 분석해, 리그의 평균 타율은 장기적으로 2할6푼에서 안정되며, 최상위 타자와 최하위 타자의 타율 차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타자의 나태함이나 경기 환경 탓이 아니라 미국 프로 야구라는 ‘시스템의 진화적 안정화’ 때문이었다. 프로젝트 팀은 4개월간의 좌충우돌 연구 끝에 한국 리그에서도 굴드 가설이 증명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에라스뮈스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펴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가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의 생애와 저작을 추적했다. 무명 수도사에서 당대의 저명한 휴머니스트로, 또 종교개혁의 중심인물로 떠오르는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특히 그의 정신과 사상을 담은 주요 저서에 대한 비평이 예리하다.

청혼 배명훈 지음, 문예중앙 펴냄 “보고 싶었다”라는 말에 “나도”라고 듣기까지, 35분24초가 걸리는 먼 거리의 연애. 스케일이 다른 SF 연애 소설이다. 우주 공간에서 적과 대치 중인 궤도연합군의 작전장교가 지구의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였다. 우주라는 공간적 특수성이 연애라는 보편성과 만났다.

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김영사 펴냄 신과 과학.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관계를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탐구했다. 믿음과 영성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기 위해 승려·수녀들의 뇌 기능까지 분석했다. 신경과학자들이 영적 체험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알 수 있다.

겟 리얼:이데올로기는 살아 있다 일레인 글레이저 지음, 최봉실 옮김, 마티 펴냄 ‘국민들은 이데올로기적 쟁점에는 관심이 없다.’ 얼마 전 일본 사회의 한 지식인이 단언했다. 정말 이데올로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걸까. 저자는 삶 속에 잠복해 우리를 속이는 일에 동원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평등·노동·과학 등에서 감지되는 이데올로기의 거짓말 규칙이 하나씩 드러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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