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71)가 체납한 지방소득세 6억2219만원 가운데 1억8402만원을 환수했다. ‘전 재산이 29만원뿐’인 형의 거액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되기도 했던 경환씨는, 그동안 자기 이름으로 된 부동산과 금융계좌가 하나도 없어서 환수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전씨가 불입한 노후연금을 발견하고 압류한 것이다. 형과 똑같이 사실상 한 푼도 없다며 세금 납부를 거부하던 전경환씨는 현재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다. 

원래 전씨가 있어야 할 곳은 교도소이다. 그는 2010년 5월 사업자금을 외국에서 유치해주겠다며 자문료를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개월간 복역한 뒤 같은 해 7월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풀려났다.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 중견기업 회장 ‘사모님’이 호화 병실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논란이 된 형집행정지 처분을 전경환씨도 받은 것이다. 전씨는 전체 징역 형량 가운데 1년 정도만 복역하고 계속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지난 6월28일 여덟 번째 형집행정지 연장 결정이 이뤄졌다.

ⓒ시사IN 전혜원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경환씨(창가 침대에 누운 이)로 추정되는 이가 분당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여덟 번째 형집행정지 연장 결정을 앞두고 지난 6월20일 검사와 검찰 직원이 직접 병실을 찾았다. 전씨와 주치의, 간병인 등을 면담했다. ‘사모님 형집행정지 사건’을 계기로 더욱 강화된 절차에 따라 의사 2명, 법학교수 1명, 검사 2명, 공판송무과장 1명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가 6월27일 열렸다. 검찰은 현재 전씨가 뇌경색, 다발성 심장판막질환, 혈관성 치매, 울혈성 심부전 등 크게 네 가지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사모님’처럼 전씨도 지난 3월의 형집행정지 연장을 비롯해 그동안에는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전씨가 거쳐갔다고 알려진 병원은 4곳이다. 전씨는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던 2008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20층 VIP 병동에 입원했다. 당시 하루 입원비는 85만원이었다. 2009년 처음 입원한 현재의 ㄹ병원 이전에는 분당 서울대병원에 있었다. 이 병원 1인실 병실료는 하루에 32만7000원이다. 2011년 12월30일부터 이듬해 5월까지 분당에 있는 ㅎ요양병원에도 머물렀다. 이곳은 4인실만 해도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입소비가 254만~340만원에 이르는 고급 요양병원이다.

여덟 번째 형집행정지 연장 기한 8월까지

전씨는 ㄹ병원 1인실을 이용했다가 지금은 10인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0인실의 경우 한 달에 모든 비용을 합치면 200만원 남짓 될 것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귀띔했다.

세금을 체납하고, 잔여 형기도 3년 넘게 남은 전씨의 여덟 번째 형집행정지 연장 기한은 오는 8월까지다. 안상돈 수원지검 1차장검사는 “전씨가 보행 연습 중이이어서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연장했다. (형집행정지가 끝나는) 두 달 뒤에 어느 정도 걸을 수만 있으면 집행하는 게 맞다. 만약 일반인 수준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해 수형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을 한다면 집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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